[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셜리 잭슨 지음
성문영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4년 1월 발행
전자책 O
영화는 두 번 봤는데, 소설은 처음 읽었다. '힐 하우스의 유령'과 달리, 영상물과 원작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소설이 더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사건 장면보다 글과 말이 더 많으니까. 차이점이 이렇다. 사소하게는, 식탁이 소설에서는 원탁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아니다. 중대하게는, 소설에서 찰스는 죽지 않는다.
일단 흥미를 끌고 궁금케 하는 것은 가족 독살 살인 사건이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마라.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라 그저 양념이니까. 추리소설을 읽고자 이 책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범죄 미스터리의 제시와 해결이 주된 흐름이긴 하지만, 그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셜리 잭슨의 소설은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읽는다. 몽상, 폐쇄, 광기. 달나라 몽상에 종종 빠지는 여자. 마을 사람들한테 마녀 사냥에 가까운 집단 괴롭힘을 당한다. 장편소설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에서의 광기는 주인공보다는 주인공을 끝없이 무자비하게 괴롭히는 주변 사람들한테 있다.
메리 캐서린 블랙우드와 언니는 자신이 사는 저택을 성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차단한다. "우리가 갈 데가 있어? 우리한테 여기보다 좋은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 저 밖에 우릴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어? 세상은 끔찍한 사람들 천지인데." 119쪽
이 성에 침입자가 들어온다. 아버지를 닮은 사촌 찰스. 아버지의 물건을 자기 마음대로 쓰고 아버지의 방을 쓴다. 집에 불이 나면서 인간들의 본성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이 찰스란 인간은 돈밖에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돈, 돈, 돈이다.
영화도 소설도 기승전결 딱딱 이야기를 제대로 진행했다기보다는, 그저 폐쇄된 공간에서 살면서 끔찍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을 지키려는 두 사람만 부각한다. 영화는 소설이 너무 심심하니까 후반부에 살인까지 더했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비어있고 딱히 뭔가를 완결했다는 느낌이 없다.
그래서 그냥 그랬다.
202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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