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살인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이리나 옮김
블루프린트 펴냄
2018년 5월 발행
그랜트 경감이 처음 등장하는 소설이다. 미남이고 경찰처럼 안 생겼고 기본적으로 증거와 사실을 중시하지만 자신의 감도 믿는다.
극장 대기 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분명 살해된 자의 뒤에 있는 사람이 가장 의심스러운데... 어쨌거나 범인은 살해된 자의 앞뒤에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왜 살인을 했는지 좀처럼 알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살해당한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살해한 사람을 체포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희생자의 신원이 밝혀지기 전에 살인자가 잡힐 지경에 놓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황당한 상황. 여전히 왜 그가 살인을 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살인할 이유가 전혀 없다. 모든 증거는 그를 살인자로 봐야만 하는데, 감은 그가 아니라고 한다.
실망했다. 아, 너무했다. 그랜트가 계속 헛다리 짚고 계속 잘못 추리한다. 범인이 자수해서 자백해서야 사건이 해결된다. 이것은 추리소설 장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독자가 범인이나 범행을 예측할 수 없도록 거의 후반까지 허탕치게 할 수는 있어도, 사건 해결이 탐정/경찰 주인공이 아닌 범인 자신의 자수로 되는 식은 정말이지 아니다. 자수하는 동기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세상에는 분명 착한 사람이 있다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빼어난 문장력으로 목가적 풍경화를 그려내고 생동감이 넘치게 인물들을 묘사하며 성실하게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은 발군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루하고 심심하고 착해서야.
"참 희한한 일인데 그 사건에는 악한 사람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아." 그렇다. 조세핀 테이는 첫 작품부터 코지 미스터리를 지향했다. 번역 제목은 줄 살인사건이지만 원서는 Man in the Queue, 줄에 선 남자다. 착하다 착해.
20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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