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코담뱃갑
The Emperor's Snuff Box (1942년)
존 딕슨 카
엘릭시르 | 2014년
:: 범인 누군지 곧바로 알 수 있는 미스터리
광고에 속지들 마라.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도 혀를 내둘렀다는 심리 트릭으로 유명하다." 유명 소설가 이름 팔아서 이렇게 대놓고 말하면 의심부터 해야지, 그걸 믿냐.
제목 '황제의 코담뱃갑'이 결정적 힌트다. 범인이 누군지 당신은 알 수 있다. 왜 어떻게는 몰라도 누군지는 단숨에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그 먼 거리에서 그게 그거라는 안다는 게... 쉬. 더는 말하면 안 되겠지. 간단한 추리퀴즈 단편이었으면 괜찮을 텐데, 장편으로 늘리며 질질 끌다보니 사건 얘기를 계속 반복한다. "살인범의 정체를 알려주셨습니다." 아, 범인이 얘라니까, 얘라고. 거참, 이 사람이라고!
막장 드라마 전개 속에서 독자가 못 맞추게 하려고 아주 생 쇼를 해서 짜증이 났지만, 마지막 해피엔딩 로맨스로 모든 것은 용서되었다. 지지폼폼. 네 죄를 사하노라.
'유다의 창'을 읽고 기대치를 너무 높였다. 알고나면 시시해지긴 하지만, 어쨌거나 불가능한 범죄를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존 딕슨 카 추리소설이 맞다. 범인이 누군지는 알겠는데, 무슨 텔레파시 살인도 아니고 이건 불가능해. 저 건너편에 보이는 사람은 뭐냐고. 살인자가 티임머신을 타지 않은 이상에야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막장 드라마 이야기 싫은 사람은 딱히 안 읽어도 손해는 아니다. 시간 낭비 안 하고 다른 좋은 작품 읽기 바란다. 존 딕슨 카 작품 찾아서 읽을 정도면, 이미 유명한 추리소설 수작들은 섭렵했을 거라 짐작되지만. 그러니까 셜록 홈즈 전집과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다 읽었겠지.
기대치를 낮추고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은 소설이다.
다음 읽을 소설이 '세 개의 관'인데, 살짝 걱정이 되네. 기대치 최상이라서.
202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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