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형 법정
The Burning Court (1937년)
존 딕슨 카
엘릭시르 | 2013년
:: 오컬트 추리소설의 아름다운 개화
추리소설 편집자 에드워드 스티븐스는 논란이 많은 작가의 원고를 읽는 중에 사진 하나를 발견한다. 내 아내가 왜 거기서 나와? 똑같이 생겼다. 마리 도브리. 칠십 년 전 살인죄로 목이 잘린 후 화형까지 당한 여인이다.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차고 있는 팔찌마저 같다. 비소로 많은 사람을 죽인 독살범. 비소 중독은 그 증상이 위염과 유사하다는데...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씻는 사이에, 그 사진이 사라진다. 아내가 의심스럽다. 사진 가져 갔냐고 물으니 완강히 부정한다. 그럼 가정부가 가져 갔나? 뭐지?
최근 고인이 된 마일스 데스파드가 비소 중독으로 죽은 것 같아서 조카 마크 데스파드의 부탁으로 함께 조사에 들어간다. 무덤 파러 간다. 아내의 예언(아마 아무것도 찾지 못할 거예요)대로 관은 텅 비어 있었다. 밀실! 납골당에는 유령이 아닌 이상에야 들어가고 나올 수 없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관에서 시체를 빼서 나갔는가?
혹시 아내는 늙지 않는 마녀? 그 독살범? 존 딕슨 카답게 초반부터 신비롭고 으시시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녀, 유령, 밀실. 특히, '화형 법정'은 이 신비주의 분위기를 소설 후반부까지 밀고 나아간다. 심지어 죽었던 마일스를 목격한 사람이 나온다. 죽지 않는 인간?
당연히 아니다. 모든 것은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명확히 밝혀진다. 과학적 해답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 '화형 법정'은 추리소설이다. 공포소설이 아니다. 그렇게 여겼는데... 와 끝에서 이런 맙소사다. 이번에도 본래 계획이 틀어져서 복잡하게 된 유형이었다.
카가 마무리를 로맨스로 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그의 추리소설들은 죄다 어김없이 두 남녀의 사랑 확인으로 끝났었다. 하지만 이 '화형 법정'은 오컬트로 끝난다. 마지막 '에필로그'로 오컬트 추리소설이 아름답게 피어난다. 와, 정말... 반전에 반전이 멋지다.
최고다. 추천한다.
202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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