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경첩
The Crooked Hinge (1938년)

존 딕슨 카
고려원북스 | 2009년

:: 세 배로 골치 아파진, 재미난 상황

시작이 살짝 지루했는데, 조금 지나니 어느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전개된다. 추리 범죄 미스터리의 단골 소재인, 재산을 노린 신분 사기. 서로 자기가 진짜라며 싸우는 난리를 재미있게 지켜보는데, 어렸을 때 무심코 찍어 놓은 지문이 있었단다. 도대체 왜 그렇게 싸운 거야? 별 의미도 없잖아. 화풀이? 어쨌거나 서로 지문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한 사람이 죽는다. 

가짜라고 판명될 것 같아 자살한 듯 보인다. 하지만 살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니. 여기까지가 1부. 2부 시작은 '자살이냐 살인이냐'다. 신원 확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된 상태다. 그 지문 찍어 놓은 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흉기도 발견할 수 없었다. 두 배로 골치가 아파진, 재미난 상황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인형 등장, 두둥. 세 배로 골치가 아파진, 더욱 재미난 상황. 이 작가 자신감 미쳤다.

밀실은 아니지만, 도대체 "한 남자가 모래밭 한가운데 혼자 있으면서 어떻게 살해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미스터리가 핵심이다. 주요 트릭도 여기에 있다. 힌트를 주자면, 누군가 뭔가를 강하게 쓸데없이 강조해서 부정하면, 의심해 보라.

'화형 법정'처럼 반전에 반전이 있었다. 마지막 장이 없었어도 괜찮은 미스터리였다. 기드온 펠 박사의 추리는 납득할 만한 것이었다. 마지막 장까지 읽으면 무리하듯 보인다. 애써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데... 어쨌거나 계획하고 배치한 복선이 있었으니 되도록이면 다 회수하는 것이 맞긴 하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속이 시원하긴 하지.

권선징악 정의 차원에서는 좋은 결말은 아니었다. 이 결말로 인해, 소설의 주인공은 범인이 된다.

2024.8.10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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