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은신처
Hag's Nook (1933년)
존 딕슨 카
엘릭시르 | 2022년
:: 사건보다 연애가 더 기억에 남네
'마녀의 은신처'는 마녀라는 단어가 제목에 있어 기대와 달리, '화형 법정'만큼의 오컬트 미스터리는 아니었다. 미신, 저주는 포장일 뿐이라서 사건 본질과는 그다지 큰 관련이 없다. 이를 알기까지는 책 절반 정도 읽어야 한다. 본격 추리소설의 살인 미스터리가 핵심이고 이를 풀어내는 것이 소설의 본 모습이다.
초반부는 로맨스 소설 읽는 줄 알았다. 알콩달콩 달달한 연애 이야기 쓰는 데 재미를 붙인 나머지 이 소설이 미스터리 장르라는 것을 잊게 될 지경이었으나 다시 추리소설로 되돌아온다. 중간에 다시 또 연애 모드로 돌입하네. "이 광기 어린 토스트를 던져 당신을 맞히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아휴, 됐어요. 그만해요.
기디언 펠 박사가 처음 나오는 소설이다. 그와 그의 아내, 그가 사는 집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나온다. 펠 부인은 왜 그렇게 웃긴지. 펠 박사가 사전편찬자? 어색하네.
펠 박사는 셜록 홈즈, 푸아로, 브라운 신부, 매그레 반장처럼 개성이 확실하고 매력적인 탐정은 '내게는' 아니다. 난 누군지 알지. 안 알려주지롱. 약 올리는 거 외에는 딱히 뭐 없다.
'화형 법정'과 '구부러진 경첩'과 '세 개의 관'에도 펠 박사가 등장한다는 것은 이 책 뒤에 작가 정보 작품 목록을 보고서야 알았다. 탐정보다는 사건과 트릭, 그리고 반전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카를 기억하고 카의 소설을 찾아 읽는다.
이번에도 계획이 어긋나게 일이 복잡하게 된 것이었다. 시계 트릭을 쓰네. '세 개의 관'에서도 쓰더니만. 신분 사기 또 나오네. '구부러진 경첩'에서도 나오더니.
마지막 장을 읽기 전까지 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재미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연애 이야기 빼고는 지루했다. 주객전도. 사건은 별로고 연애가 인상적이었다.
범인의 자백서 읽으니까, 작가가 다소 무리를 했다 싶다. 아무리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도 그렇지. 빡빡하게 굴지 말고 그냥 넘어갈 수 있긴 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가 책 판형을 바꾸고 글자체를 바꾸고 표지 다지인도 바꾸었다. 이런 전집, 혹은 시리즈를 사 모으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쾌하다. 출판사에서야 사정이 있겠으나 구매자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이 책 읽으면서 등장인물 목록이 뒤표지 책 날개에 없어서 당혹스러웠다. 그게 그렇게 편리했구나! 이제 알았다. 그 점을 당연하게 여겼었다.
202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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