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
十戒 (2023)
유키 하루오
블루홀식스 2024년 7월
4점 ★★★★ 괜찮네요



"추리소설에 이런 내용이 많잖아요. 탈출 불가능한 외딴 섬에서 살인이 발생하고, 거기 있는 사람들끼리 범인을 밝혀내야 하는 스토리요." 105쪽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후, 고립된 섬에서 갇힌 사람들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 유키 하루오의 소설 '십계'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휴대폰과 인터넷 시대에 맞게 보강한다.

맨날 폭풍이 하필 그 외딴 섬에 때맞춰 와서 사람들이 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식은 이제 그만하자. 폭풍 안 오고 스마트폰은 통화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 섬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왜? 범인이 준 십계에 묶이기 때문이다. 하지 마라. 열 개. 십계를 어기면 섬을 폭파해 버린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역시 소설의 재미는 서사, 즉 사건의 전개다. 기대보다는 재미가 크지 않았다. 지루했다.

긴장감이 높지 않다. 사흘만 버티면 풀려 날 수 있어서 그런가. 그래도 어떻게든 범인을 추리해서 찾으려고는 한다. 십계에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네. 한 사람씩 죽어가는데도, 그 곳쿠리상을 해서 범인의 의사를 확인할 때마다 피식 웃기더라. 바로 옆 사람이 살인범일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범인이 사람들한테 압도적 권력을 행사하는 신처럼 묘사하는데, 필력이 약해서 설득력이 없더라.

마침내, 범인을 밝히겠다는 아야카와. 과연 범인은 누구며 어떻게 한 것이며 동기는 뭘까? 신발로 소거법을 이용해서 범인을 지목하는데, 웃음이 나오더라. 진지해야 하는데 살인범 잡는 중인데...

다 끝났나 싶을 때, 그러니까 이제 소설 끝나네 싶어 안도할 때 반전이 나온다. 1인칭으로 서술할 때부터 의심하기는 했지만, 정확히는 몰랐다. 역시 반칙을 해야 반전이 큰 법이다.

마지막 사연(행방불명된 남편)은 이 책 '십계'에서는 알 수 없고 이전 작 '방주'를 읽어야 알 수 있단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내가 이 소설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게 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능가하는 작품이 나올 거라는, 터무니없는 기대를 했다. 나름 잘 쓴 미스터리지만, 평타 정도로밖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깨달음은 얻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세팅이더라도, 좋은 이야기로 써내는 것은 다른 일이다. 좋은 문장으로 쓰는 것도 또 다른 일이다.

2024.8.20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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