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1 
원제 : Dune

프랭크 허버트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황금가지 2021-01-22

양장본 944쪽 155*235mm 1416g
ISBN : 9791158887544

영화보다 책이 더 좋은 이유는?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제한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세한 얘기를 하지 못한다. 반면 책은 지면은 크게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있다. 때론 영화의 간결함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여전히 낯선 용어는 책 뒤에 있는 용어 해설을 봐야 했다. 하지만 점점 듄의 세계가 익숙해지면서 그다지 낯선 곳이 아닌 곳이 되어갔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

하코넨의 공격으로 아트레이드 가문이 망하고 레토 공작이 죽고 아들 폴과 제시카가 사막으로 도망친다. 서로 원수 집안이었던 두 가문이 사실은 결국 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설정은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 피의 연결이 폴이다. 폴은 이 두 집안의 전쟁을 끝낼 운명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글인데도, 이야기 전개는 무척 단순하다. 영웅 신화의 전형이다. SF를 뒤집어 쓴, 진부한 신화? 그 신화라는 것은 인위다. 사람을 의도적으로 교배해서 특정 우성인자를 지닌 자를 태어나게 하려는 베네 게세리트 집단을 보면 그렇다. 또, 그 신화라는 것은 끝없는 주입으로 세뇌시킨 말일 뿐이다.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을 신화라고 볼 순 없다. 말 그대로 계획이다.

영화에선 잘 알 수 없었던 각 인물의 감정과 사정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주인공 폴. 폴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치를 떨며 싫어한다. 자신을 괴물이라고까지 부른다. 1부가 메시아 전설 실현을 다루고 있는데, 정작 그 전설은 철저한 계획에 따라 조작된 것이고 그 계획의 희생자/행운아는 자신이 이렇게 끌려다니는 것에 염증을 낸다.

듄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의문. 메시아 전설의 대표적인 주인공 예수도 자신의 운명에 대해 저주했을까. 영화 매트릭스도 이 전설을 따른다. 크게 보면 영웅 신화의 일종인데, 아마도 뭔가 초인적인 지도자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과학의 시대에 여전히 이런 영웅 신화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은 과학으로 제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종교는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종교가 번성한다는 말을 확장시키면, 전쟁의 가능성은 종교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소위 성전, 지하드는 종교 때문이라지만 결국 억압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면 종교는 사라진다. 억압과 불행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종교는 번성하고 번성한 종교는 전쟁을 부른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린치 감독의 영화는 메시아 신화의 완성에 집중했다. 결말도 그래서 비가 오는 장면으로 끝냈다. 하지만 책에는 비 내리는 장면은 없다. 게임 듄은 전쟁에 치중했다. 세 가문(집단)이 듄이라는 모래 행성에서 다투는 것이다. 각종 전투 장비에 대해서는 책에는 자세한 언급이 없다. 게임은 전투 무기를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책은 영화와 게임과 달리, 정치적 음모라는 드라마에 치중했다. 폴이 공주와 정략 결혼으로 황제가 되는 결말을 보여준다. 영화만 봤다면 공주가 왜 혼자서 주절대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부록으로 듄의 생태계, 듄의 종교, 베네 게세리트의 의도와 목적, 귀족들의 연감, 아라키스 지도 등이 있다. 이야기에 덧붙인 설명이다. 안 읽어도 되지만, 읽으면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다.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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