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오쿠다 히데오 지음
북스토리 펴냄
걸. 영어로 Girl. 일본에서는 '가~루'라고 발음한다. 20대 초중반 젊은 미혼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제목과 달리, 소설의 주인공과 말하는 이는 30대 직장 여성들이다.
그들의 일상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 사회 이야기지만 한국 사회랑 닮은 점이 많아서 읽는 데 어려움은 없을 듯. 문화 차이는 옮긴이가 친절하게 하트 표시 주석을 달아 놓았다, 귀엽게도.
남자, 그것도 나이가 꽤 지긋한 아저씨가 과연 이 세계를 그릴 수 있을까 의문이었으나 읽어 보니 그럴듯했다. 내가 30대 직장 여성이 아니어서 확실한 검증까지야 해 줄 수 없지만, 그 직장 세계에 있어 본 경험으로는 그랬다.
조사를 많이 한 흔적이 보였다. 어차피 지은이는 여성의 깊은 심리까지 파고들어 지나치게 진지하게 쓸 마음은 없었으리라. 이 책을 편 독자들도 그랬겠지. 오쿠다 히데오한테 바라는 것은 적당한 수준의 통찰과 유머니까.
히데오 아저씨가 사어를 써 가면서까지 "이제 나이값 좀 하고 사세요."라는 투로 30대 직장 여성들한테 충고하는 건 좀. 신기루처럼 이라부가 눈에 아른거렸다. 글 쓰는 형식이 정해져 있고 소재만 바뀐다. [면장 선거]와 [남쪽으로 튀어]에 이어 [걸]도 스타일은 그대로다.
이 소설가의 문장은 읽을 때마다 경의롭다. 일본 스시 초밥처럼 알맞게 문장을 썰어내서 펼친다. 물리지 않게 딱 그만큼만 조절한다. 사회 생활을 많이 해 본 경험 때문인지 상상이나 감정의 지나친 비약도 없다. 능글맞은 만년 과장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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