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Becoming a Writer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공존 펴냄
2018년 발행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날마다 글을 쓰는 이는 드물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사람은 많다. 정작 영어를 우리말처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은 극 소수다. 피아노 연주를 잘하고 싶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날마다 두 시간 이상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런가? 작가가 되는 방법,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방법, 피아노 잘 치는 방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작가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작가는 무슨 일은 하는가. 문장을 쓴다. 문장들로 문단을 만들고 문단들로 글을 완성한다. 글 한 편 써달고 하면 도망간다. 한 문장은 누구나 쉽게 쓰지만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을 연결하여 하나의 그럴듯한 일관성과 충실한 내용을 담은 글을 완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이미 누가 써놓은 것의 오탈자를 잡거나 편집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창작 행위다.
외국어는 어떤가. 땡큐 한 마디는 쉽다. 여러 상황에서 적절한 회화를 구사하려면 여러 표현을 알아둬야 하고 거침없이 나올 정도로 반복해서 암기해야 한다. 당신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는 힘들고 어렵고 재미도 없다고 이미 마음속에서 확신하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주도 그렇다. 도레미를 한 손 한 손가락으로 한 번씩 치기는 쉽다. 유치원생도 한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치려면? 양손으로 동시에 여러 건반을 강약 조절해서 곡의 느낌에 어울리게 눌러야 한다. 당신은 그럴 수 없다. 할 수 없다고 포기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다면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마침내 해내는 사람은 무작정 노력하는 자가 아니라 확고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자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 이 책 '작가 수업'을 폈으리라. 작가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포기하지 않고 날마다 문장, 문단, 글을 완성하고 여러 출판사와 공모전에 내는 것이다. 대개들 안 하고 그만둔다.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포기하지 말라는 한 마디를 이토록 반복해서 강조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책을 써내는 글쓰기가 워낙에 외롭고도 지루하고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작가들이라 해도 글을 쓰는 동안은 혼자다. 옆에서 잘 썼다고 말해주거나 격려해주는 사람이 없다. 일단 글로 쓴 후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몇 마디 말을 들어 볼 수 있으니까.
특히, 글 막힘 현상은 작가에게 지옥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글이 더 안 써진다. 하루, 이틀. 괜찮다. 한 달, 일 년. 어떻게든 되겠지. 오 년, 십 년. 당신은 영감님만 부르게 되리라. 아무리 애타게 불러봐야 대답은 없다.
글이 더 안 써지는 상황에 직면했거나 영감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거나 몇 자 그적거리다 그마저 안 하고 난 작가가 될 수 없다고 포기했던 분이라면 도러시아 브랜디의 이 책이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미국 작가들이 이 책을 작가 지망생에게 추천했다. 나는 이 책을 원서로 먼저 읽었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레이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ZEN IN THE ART OF WRITING)'에서, 줄리아 캐머런은 '아티스트 웨이'에서 이 책을 언급했다. 번역서 끝에 붙은 수많은 서평을 보라.
'작가 수업'은 글쓰기가 아닌 작가가 갖춰야 할 습관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책이며, 작가 지망생이든 이미 작가이든 필독할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습관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글을 어떻게 쓰라는 '작법'이 아님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How to Write'가 아니라 'Becoming A Writer'다. '글 쓰는 법'이 아니라 '작가 되는 법'을 다룬다.
당신은 이런 의문을 품지 않았는가. 작가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쓸 수 있을까? 영감을 날마다 꺼내 써도 영원히 줄지 않는 '복주머니'라도 있나?
작가는 글을 꾸준히 많이 잘 쓴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비법을 도러시아 브랜디이 가르쳐 준다. 이른바 '작가들만의 비밀'이다.
에밀 쿠에가 '자기암시'에서 무의식(긍정적 상상)이 의식(의지, 노력)을 이긴다고 했듯,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말을 한다. 글을 쉽게 많이 쓰려면 무의식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 책 '작가 수업'은 이 무의식을 길들이는 여러 방법을 소개했다.
글이 소나기처럼 쏟아져서 순식간에 머리에서 목, 어깨, 팔, 손가락으로 좌르륵 흘러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려면 의식적 노력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야기를 한 편 써 보겠다고 굳게 결심하게 책상에 앉았는데, 공책을 폈으나 한 글자도 못 쓰고 엉뚱하게도 연필만 수십 개 뾰족하게 깎거나 철새가 삼각형 대형으로 날아가는 창밖 풍경에 마음이 가 있지 않던가. 그러지 말고 무의식을 이용하자.
무의식 훈련의 첫 번째는 평소보다 30분이나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자기 검열을 하지 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내용이나 쓰는 것이다. 잠자는 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중간 지대에서 자유 연상 글쓰기를 시행한다. 줄리아 캐머런의 '모닝 페이퍼'가 바로 이것이다.
이삼 일만 이를 실천해 봐도, 무척 놀라운 결과를 볼 수 있다. 자신이 써낸 글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정말 내가 썼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내 머릿속에 어떻게 이런 내용이 있을 수 있는지 당혹스럽다.
두 번째 훈련은 특정 시간대에 글을 쓰는 것이다. 당신이 날마다 오후 3시부터 3시 30분까지 글을 쓴다고 자신과 약속을 했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시간대에 글을 써야 한다. 마침 그 시각에 택배가 와서 어쩔 수 없이 글을 쓸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해서는 아니 된다. 여러 번 시험해 봐서 좋은 시간대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훈련과 아무 때고 글을 쓰는 훈련은 글을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88쪽) 저자는 이 두 가지를 성공하지 못하면 글쓰기 말고 다른 걸 하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렇게 쓰기만 하면 작가가 되나? 아니다. 더 잘 쓰려면 반성하고 다듬고 고쳐야 한다.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역시 가장 유익한 것은 책 읽기다. 제9장 '작가로서 책 읽기'란 독자로서 한 번 읽는 게 아니라 그 글을 쓴 작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읽는 것이다. 와, 이 문장 감동적이다. 밑줄 치자. 여기서 끝나지 말고 한 발 더 나아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이 소설가는 왜 이 부분에서 이렇게 썼을까? 더 좋게 읽히게 하려면 어떻게 써야할까? 이런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라.
그 외의 작가 습관은 잘 알려진 대로다. 아이처럼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보라. 솔직하게 써서 자신만의 독창성을 발휘하라. 작가라면 자기 노출을 감수해야 한다. 자기 표현을 즐겨라.
이 책의 핵심이자 바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답은 제17장 '작가의 비법'에 있다. 도대체 영감을 어떻게 쉽게 빨리 얻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이다.
X : 마음 = 마음 : 몸
갑자기 공식? 188쪽에 나온 그대로 인용했다. X가 영감이다. 이 책에서는 작가의 재능이라고 표현했다. '이야기 구상'이라는 더 정확한 표현도 썼다. "몸을 가만히 놔두듯 마음을 가만히 놔두는 법을 익히라."(189쪽)
갑자기 영감이 떠오른 때를 기억해 보라. 마음이 고요히 있을 때 문득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하게 전기가 들어온 것 같지 않았던가. 참신한 아이디어나 해결책은 언제나 그렇게 생각난다.
이 정도까지 하면 누구나 작가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로 '위대한' 작가로서 영원히 기억되며 꾸준히 읽히려면 방구석에서 글 잘 쓰려고 머리만 굴릴 게 아니라 이 세상을 잘 살아야 한다.
"얼마나 좋은 작품이 탄생하느냐는 그대와 그대의 삶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그대의 감수성이 얼마나 예민한지, 분별력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대의 경험이 독자의 경험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훌륭한 글쓰기의 요소를 얼마나 철저하게 익혔는지, 말의 가락을 가려짚는 귀가 얼마나 발달해 있는지에 달려 있다."(194~195쪽)
글에서는 정의를 말하고 생활에서는 온갖 비리와 배신으로 처세에만 능했다면, 과연 그를 '위대한 작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고작해서 글 하나는 잘 쓰는 작가 나부랭이라고 부르겠지.
진정한 작가가 되는 진정한 비결은 사람다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삶을 잘 살자. 아니 삶을 잘 살려면 글을 잘 쓰자. 글이 삶이고 삶이 글이므로 사는 것과 쓰는 것은 같다. 다음은 내가 만든 공식이다.
삶 : 글 = 마음 : 몸
글을 써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옮긴 강미경의 말이다. "굳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석하는 세상을 자신의 언어로 담아내 동료 인간들과 공유하는 능력은 아주 중요하며, 그 능력을 깨우쳤을 때 우리의 삶은 한결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 싶다."(208쪽)
글 쓰는 일이 삶을 사는 일이고 사는 것이 글쓰기가 될 때, 당신은 누가 뭐래도 작가다. 글을 써라.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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