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방법 - 쓴다고 의식하는 순간부터 안 써진다
우리가 어떤 것을 행할 때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것은 왜 이걸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뭔가 의식하는 순간부터 그 행위가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예술 창작 행위가 대표적이다. 글쓰기, 특히 이야기, 그러니까 소설 쓰기는 의식하는 순간부터 어쩐지 잘 안 써지고 마침내 아예 안 써진다. 오탈자를 고치거나 편집은 할 수 있으나 창작이 안 된다.
소설을 쓰면서도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않은 채 계속 문장을 만들어 나아갈 뿐이다. 확실히 아는 것은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며 소설을 써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 외는 생각할 틈이 없다. 아니 그 외 다른 생각이 나면 참으로 이상하고도 신비하게도 더는 글쓰기를, 이야기를, 소설쓰기를 하고 싶지 않고 더는 잘 안 되고 아예 안 된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날에 하늘을 날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은 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날고 싶으면 날 수 있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그를 데려다가 그 하늘을 나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온갖 항공역학 용어를 써 가며 비행한다는 것에 대한 모든 지식을 가르쳐 주었다. 아무리 연구해도 사람들은 그가 왜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한테서 풀려낸 그 사람은 이제 하늘을 날 수 없었다. 예전과 달리, 자신이 하늘을 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의 시선도 자꾸만 신경을 썼다. 그는 하늘을 다시는 날 수 없었다.
분명하다. 소설 창작은 요리하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다. 요리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요리하는 사람은 레시피에 그토록 목숨을 거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가들은 그 레시피에 해당하는 소설 쓰기 방법을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공개한다. 그리고도 아주 희희낙낙이다. 니들은 절대로 소설을 못 써. 어쩌다 몇 번 써낼 수 있겠지. 하지만 계속 많이 잘 쓸 수 있지는 못하지. 푸하하.
소설가들은 알고 있다. 소설 쓰는 방법이란 애초에 없다. 그냥 쓰는 거다. 소설 쓰는 방법을 알면 소설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글쓰기, 이야기, 소설쓰기의 비결이 뭔가? 없다. 절대 진리는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라. 그러면 많이 쓸 수 있다. 입력이 있어야 출력이 있다.
소설 쓰는 방법을 알면 알수록 당신은 오히려 더욱 더 소설을 쓸 수 없다. 글을 쓴다고 의식하는 순간, 창작의 마법은 사라진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강백 윤조병 [희곡창작의 길잡이] 무대를 생각하고 써라 (0) | 2022.02.28 |
---|---|
안영주 [그래서 작사가 되려면] 노랫말에 캐릭터와 이미지를 (0) | 2022.02.27 |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흉내와 독창성 (0) | 2022.02.23 |
강병재 [두 시간에 배우는 글쓰기] 서감도로 글의 일관성을 잡는다 (0) | 2022.02.23 |
[작문신공] 대학 리포트와 논문 제대로 쓰기 (0) | 2022.02.23 |
글쓰기, 취미와 일 사이, 돈벌이의 부조리 (0) | 2022.02.20 |
양병무 [일생에 한 권 책을 써라] 칼럼 분석으로 글쓰기를 익힌다 (0) | 2022.02.19 |
J. 알렉산더 [자신만만 글쓰기] 글쓰기에 대한 태도를 바꿔라 (0) | 2022.02.19 |
[스토리텔링의 기술] 사업에서 이야기의 위력 (0) | 2022.02.17 |
마이클 티어노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영화에 적용 (0) | 2022.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