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블록
The Writer's Block (2001년)
제이슨 르쿨락 지음
명로진 옮김
토트 펴냄
2013년 발행 절판
글쓰기가 막힌 사람한테 유용한 책이라고 해서 주문했다. 실제로 받아 보니, 한 손 크기의 정육면체다. 책 맞아? 장난하냐. 푸하하. 유쾌한 당혹감.
책 모양새가 말장난이다. 작가가 글을 쓰지 못하는 상황을 영어로 THE WRITER’S BLOCK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책의 원서 제목이다. 영어가 다의어다 보니 BLOCK에는 사각형 덩어리라는 뜻도 있다. 콘크리트 블록 따위 말이다. 내가 자주 갖고 노는 루빅스 큐브처럼 책을 정육면체로 만들어 놓았다. 책을 펴 놓으면 용수철 장난감 같기도 하다.
딱히 쪽수가 매겨져 있지도 목차가 있지도 않다. 심심할 때 아무 데나 펴서 읽으면 된다. 그러면 다음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만난다.
1. 집필 원칙 : 여러 작가들의 글쓰는 방식이나 글쓰기를 어떻게 하는지, 혹은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한 글이다.
2. 불꽃 튀게 하는 말 : 단어 하나와 관련 사진을 한 장을 제시한다. 작가라면 단어에 민감해야 한다. 글쓰기의 최소 단위는 단어다. 그 단어를 모아서 문장, 문단, 글로 나아간다. 따라서 단어 하나만 주어진다 해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언어적 상상력이 뛰어나야 한다.
3. 글쓰기 도전 과제 : 어떤 상황, 주제, 소재, 조건 등이 제시된다. 이를 토대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 글쓰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글' 쓰기가 아니라, 글로 쓸 '생각'하기다. 글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많이 세세하게 정확히 생각해내는 일이야말로 글쓰기의 원동력이다.
영감의 고갈은 그리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정도도 제각각이다. 그 해결도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작가의 조언을 따라했더니 다시 글이 써진다면 다행이다. 안 써진다면 당신한테 맞지 않는 방식이다. 또 헤매야 한다.
자기만의 글쓰기 방식을 찾고 자기 표현을 구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를 개성이라 부르기도 하고 스타일이라고도 한다. 단번에 쿵 하고 떨어지는 사과처럼 얻을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장인이 오랜 세월 두드린 망치처럼 꾸준히 글을 써나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체득한다. 이 책은 그 글쓰기 수련 과정에서 가끔씩 심심풀이로 들여다 보는 만화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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