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무스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원더박스 펴냄
2020년 발행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기문은 유명하다.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해서 생동감이 넘친다.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을 주로 썼다. 열정적인 인물을 골라 썼다.
츠바이크는 왜 에라스무스를 택했을까? 나치 독일의 폭력에 한없이 시달려 마침내 아내와 동반 자살하기까지, 그의 고뇌가 에라스무스의 삶과 겹친다.
전쟁은 광기다. 전쟁을 부추기는 정치꾼들은 이성보다 감정을 강조한다. 그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만을 요구한다. 우리편만 옮다. 공평무사한 이성주의자는 회색분자로 몰린다.
겉보기에는 에라스무스 평전이다. 안을 들여다 보면 츠바이크의 소망이다. 인문주의의 부활을 애타게 바랬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글쓴이의 꿈이다. 이성의 평화보다 감정의 전쟁에 열광하는 세상에서, 그는 에라스무스의 삶을 자기가 가야할 길로 여겼다.
인문주의의 죽음을 떠들어대는 오늘날, 서양 인문주의의 시작이었던 에라스무스의 삶을 되짚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의 삶을 읽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리라. 처음으로 돌아가서, 본래의 뜻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
나는 알고 있다. 더는 사람들이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는 걸. 더는 좋은 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영화와 텔레비전 오락물로 시간을 보내기조차 힘들어 한다는 걸. 인터넷 클릭하기 바쁘다는 걸. 당장에 이 고독과 이 절망을 잊기 위한 순간적 자극물을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있다는 걸.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좋은 글이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위로받은 사람들이 선을 행하리라는 것을.
권력의 그늘 아래에서도 모든 책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조용한 방에서 좋은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의 글을 쓰는 것, 어느 누구의 지배자도 하인도 되지 않는 것, 이것이 에라스무스의 인생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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