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구달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사이언스북스
침팬지 연구라니, 거기서 뭘 배울 수 있을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침팬지를 꾸준히 관찰한 연구자는, 인간이 문명화되기 전 순수했던 마음씨를 보았다. 돈 때문에 자연과 자신을 파괴하기 이전의 인간 모습이랄까. 그 모습에는 사랑과 이해가 충만하다. 참여 관찰법은 상당한 인내심과 꾸준한 이해심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연구 방법이다. 제인 구달은 연구 이전에 사랑과 이해를 중시했다. 침팬지 연구는 그걸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제인은 착했다. 애벌레 키우기에서 분명히 보인다. "한번은 내가 벌레에게 먹이 주는 것을 잊어 버린 적이 있다. 벌레가 바싹 말라 죽은 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죄의식을 느꼈고 내 자신이 미워졌다."
꿈을 이루기 위한 조건들은 뭘까. 첫째는 열정이다. 꿈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는데, 꿈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둘째는 운이다. 노력하는 자에게 운도 따른다고 하지만, 꼭 그런 건만은 아니다. 셋째는 노력이다.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는 기회만 기다리지 않았다. 그 기회를 얻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했다. 아프리카로 떠날 여비를 꼬박꼬박 모아 두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이 나면 동물학 관련 지식을 습득했다.
"어렸을 때 이미 나는 내가 어쨌거나 아프리카로 가서 야생의 동물들과 함께 살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책으로 쓰고 싶었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생각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단지 좋은 기회가 꼭 오리라고 믿고 있었으며, 내 꿈을 당장 이룰 수 없다고 좌절하지는 않았다."
청소년을 위해 쓴 자서전이다. 자신이 침팬지 연구자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자세히 썼다. 글이 워낙 간결하고 흑백 사진도 곁들여 있어,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간다. 자신의 사적인 얘기는 짧게 간단히 썼다. 학업, 취직, 결혼, 출산, 이혼, 재혼 등.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질질 끌기 쉬운 것들이다.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삶이 소설 같다. 운명처럼, 특이하게도 어렸을 때 곰 인형이 아닌 침팬지 인형을 좋아했다. 때마침 나타나 도와주는 남자들. 극적이지 않은가. 학위보다 연구자의 자세를 더 높이 평가했던 학자 루이스 리키를 만날 수 있었기에,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었다. 그의 연구 업적을 필름과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아준, 첫 남편 휴고 반 라윅을 만났다. 재혼은 탄자니아 국립공원 책임자와 했다.
재미있게도, 첫 남편 휴고가 찍은 제인 구달의 모습은 대체로 옆모습이다. 정면 얼굴 사진은 거의 없다. 자신의 아들 사진은 정면이다. 이 남자, 이 여자의 옆모습에 반한 모양이다. 침팬지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제인 구달의 옆모습은 매력적이다. 휴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구달의 동물 사랑은 사람 사랑과 환경 사랑으로 뻗어 나아갔다. 연구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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