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핌의 선택
조세핀 테이 지음
이리나 옮김
블루프린트 펴냄
3점 ★★★ 무난해

오늘날 우리나라 독자들한테 쉽고 편하게 읽히게 번역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소설(외국소설이라면 더욱)의 시대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것이 상식이고 예의다. 7장 끝에서 '재테크'가 나와서, 고속버스 타고 잘 가다가 급정거한 기분이었다. 사극 드라마에서 전자 손목시계 나온 것보다야 덜하지만. 

추리소설에서 특정 지역, 나라 사람은 이렇다 저렇다 하고 특정 외모를 지난 사람은 이런 성격 저런 기질이 있다느니 하는 말은 늘어 놓다니. 심리학자가 자기 전공을 버리고 관상 책을 써야겠다고 하면서 끝나다니. 관상이라니. 이 찬란한 필력으로 그렇게 쓰다니. 눈썹. 아이고야.

사건 수수께끼가 지나치게 늦게 나오고 결정적 증거 혹은 단서가 단순하다. 반전이 있다. 바로 이 반전이 조세핀 테이의 강조점이다. 미스터리의 재미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성찰로 마무리한다. 그렇다, 사람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대학 졸업 반의 갈등 구조 속에 과연 이걸 고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루시 핌의 고민. 사건 해결보다는 이런 상황이 더 흥미로웠다. 그 물건 하나로는 기소가 될 것 같지 않던데...

2024.8.11

Posted by lov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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