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카렐 차페크 지음, 김희숙 옮김
모비딕 펴냄
로봇, 노동자 계급의 은유
로봇을 통한, 인간의 의미 묻기
기계화 문명에 대한 성찰
로봇의 어원을 말할 때마다 인용되는 작가의 작품, 바로 카렐 차페크의 R.U.R, 줄여서 [로봇]이다.
차페크의 작품들은 이야기 상황과 그에 대한 대한 여러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놓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다분히 일상적이면서도 의외의 결과를 보여줘서, 깜짝 놀라곤 한다. 희곡 [로봇]도 그랬다.
서막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끝부분 도민과 헬레나의 대화. 옮겨 보면 이렇다. "헬레나: 당신은 짐승이에요! 도민: 이상할 거 없죠. 남자는 누구나 조금은 짐승이랍니다. 그건 만물의 자연질서죠. 헬레나: 당신은 미치광이야! 도민: 사람들은 누구나 조금은 광기가 있답니다, 헬레나. 그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죠.(53~54쪽)" 쿠쿡. 귀여운 재롱동이.
인간의 문명, 산업화와 기계화는 인간의 노동을 줄이는 게 목적이었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짰던 옷감을 방적기가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좋게 만들어냈다. 어떤 면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는 이익을 추구했고, 산업화는 효율을 추구했다. 그 틀에서 사람들은 점점 기계처럼 변했다. 감정을 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점점 기계처럼 좀더 빠르게 좀더 효율적으로 변하려고 했다. 심지어, 이익과 효율을 위해서라면 영혼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별별 짓을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쓴이가 작품에서 인간 문명을 바라 보는 시각은 무척 다양하다. 등장 인물들의 로봇에 대한 각자 생각들은, 자본주의 기계 문명에 대한 글쓴이의 다양한 생각이기도 하다.
로봇은 손으로 일하는 노동자 계급을 뜻하기도 한다. 제2막에서 반란을 일으킨 로봇 라디우스는 사람 알뀌스뜨만 살려 준다. "그는 로봇이다. 그는 로봇처럼 손으로 노동을 한다."(139쪽)
로봇은 처음에는 감정이 없는 기계였다. "스스로의 의지도 없고, 아무런 열정도, 역사도, 영혼도 없는 존재"(43쪽)다. 그러다가, 필요에 의해서, 혹은 어떤 사람의 욕심 때문에 하나 둘 인간의 속성을 추가한다. 로봇을 고통을 느끼게 하여 자학하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로봇이 고통을 통해 감정을 갖게 되었고 나중에 인간을 닮으려고 했고 결국 지배하려는 욕망까지 닮아 버린다.
인간에는 고통, 영혼, 노동, 그리고 사랑이 있어야 한다. 서로 지배하고 싸우고 미워하는 본성도 있으나, 우린 그걸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이게 작가의 생각인 듯하다. 작품의 끝부분에서 그는 생명과 사랑을 강조한다. 오직 그것만이 불멸이라고 외친다. 그렇다. 그것은 불멸이다! 인간이 사라지고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하더라도.
정보사회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쓴 자본주의 산업화 시대, 난 이런 옛날 작품을 읽으며 아직 사람들이 정보가 아닌 서로의 감정을 찾고 있다고 믿는다.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 사랑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믿으면서도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을 경계하면서.
길에서 펴낸 번역본은 절판되었고 2010년에 리젬에서 다시 번역본을 펴냈다. 리젬은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꾸몄다. 표지 그림은 마음에 안 들지만 어린이용이니 그럴 수 있지만 표지 글에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적은 것은 용서가 안 된다. 이는 카렐 차페크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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