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임철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2년 발행
등대 아래서 휘파람
한양출판 펴냄
1993년 발행
외진 구석 도시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그 동안 문학 작품을 머리로만 읽으려고 노력했구나, 하고 문득 깨달았다. 지금까지 많은 시와 소설을 읽었지만,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한 작품은 별로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글이 나의 머리만 뜨겁게 했지, 나의 가슴은 그대로 냉가슴이었다. 그래서 내가 읽은 것은 멋지고 그럴싸한 문장이었지, 글을 쓴 사람의 감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읽어 오던 내가 임철우의 이 소설은 만난 것은 행운이자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졌다.
작가 나름대로의 문체가 다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체는 작가 임철우의 문장처럼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특징을 지닌 그런 것들이다. 다른 작품에서는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 작가 임철우는 참 편하게 아름답게 쉽게 썼다. 이 분의 전공이 영문학인데, 오히려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 더 많은 듯하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잘 살렸으며 사투리 구사도 지나치지 않게 적당하다. 이 점이 다른 작가한테서 잘 볼 수 없었던 작가 임철우 문장의 특징이 아닐까.
이 작품의 한 문장을 인용해 본다. "꽤액꽤액 굉장한 비명을 질러 대면서 밤낮 없이 콩쾅콩쾅 요란스레 달려 지나치는 그 기차들 때문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의성어가 반복되고,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4 3조나 4 4조로 진행된다. 읽는 맛이 절로 난다. 문학적으로 멋지게 꾸며 쓴 흔적이 없는 문장이라서, 글을 읽는 맛은 더욱 꿀맛이다.
인물을 묘사하는 문장 하나를 더 인용해 본다. "개떡처럼 울퉁불퉁한 머리통, 떠도 그만 감아도 그만인 작고 가느다란 실눈, 뭉툭 불거진 입술, 펑퍼짐하게 주저앉은 콧등, 누우런 앞니빨, 얼굴 전체에 좌르르 깔린 주근깨……" 임철우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는 문장으로 작은 풍경과 평범한 이웃 사람들을 묘사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과 꿈을 이야기한다.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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