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사람들의 일생을 간략히 쓴 책이다. 편역이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데일 카네기의 <5분 인물전>, <전기 집성>, <유명인의 비화> 등 세 권의 저서에서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 적합한 것을 골라 엮은 것이다."(7쪽) 40명의 인생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낯선 이도 보인다. 대부분 백인 남자다.
각 전기문은 세네 장 분량이다. 출퇴근 혹은 등하교 시간에 하루 2명씩 읽으면 한 달 안에 통독할 수 있다. 양장본이라서 휴대가 편하진 않다. 표지가 두껍고 튼튼하다. 갈피끈이 달려 있다.
40명의 인생 이야기를 읽기 전에 이 40명의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를 써서 성공한 '데일 카네기'의 인생을 보자.
데일 카네기는 앤드루 카네기와 성이 같아서 친척이거나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할 것이다. 전혀 아니다.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반대다. 그는 실패의 왕이었다.
이 일 저 일 이 직업 저 직업 다 해 보지만 모조리 성공하지 못했다. 소설가가 되려고 했으나 이 역시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인생이 이쯤 되면 자살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이대로 죽기 전에 꼭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의문을 풀고자 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실패할지 끝을 알 수 없었던 그는 성공한 사람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온갖 책과 각종 문헌을 섭렵했다. 연구 결과가 쌓이자 이를 책으로 펴내고 강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자기계발서'의 아버지가 되었다.
실패하면서 그동안 조금씩 키웠던 글솜씨, 강연 능력, 현실 경험이 책에서 절묘하게 결합해서 기묘한 결정체를 이룬다. 다분히 현실적인 사실에서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지적해낸다.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가 여전히 고리타분한 교훈론(젊어서 고생은 사서하는 거야)과 몽상적인 예언론(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데일 카네기의 책이 지금까지도 자기계발서의 혁명이다.
데일의 책은 아주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잘 읽힌다. 게다가 빠르게 읽힌다. 쓸데없는 말이 없고 학자연하는 말도 없다. 쏙쏙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표현을 쓴다. 읽자마자 두손 들고 항복해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술력과 설득력이 최강이다.
앤드루 카네기 : 이름과 명예를 이용해서 사람을 설득했다. 사람 부리는 재주가 있었다. 유능한 사람을 유능하게 쓸 줄 알았다. 뭐가 돈이 될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이 떠오른다.
존 록펠러 : 97세까지 살았고 돈을 많이 번 만큼이나 많이 사회에 기부했다. 장수 비결은 정오부터 30분간 낮잠과 식전 기도였다. 술, 담배, 극장, 놀음, 춤 모두 안 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라서 흥분하거나 서두르는 일이 없었단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 "그에게는 단 두 가지의 행동 원칙밖에 없다. 하나는 어떤 규칙도 만들지 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좌우되지 말라는 것이다." 29쪽 이런 그는 어린이같이 살았다. 하기 싶어도 참는 어른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언제든 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행복하다." 30쪽 기발하네! 역시 천재야.
설마 40명 모두 얘기해 줄 거라 예상한 것은 아니죠? 뭡니까, 그 표정은. 행복하려면 남한테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한 사람의 인생살이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짤막한 소설 읽는 기분마저 든다.
5분만에 읽을 수 있도록 짧게 쓴 위인전이 인기가 높으리라는 힌트를, 지은이는 어디서 얻었을까? 에드워드 보크의 인생에 나온다. 담배 상자 안 경품용 사진이 있었는데, 뒷면이 백지였다. 보크는 회사에 찾아가서 그 백지에 유명인 100명의 전기를 싣자고 제안해서 성공한다. 당시 돈으로, 한 사람당 십 달러, 총 천 달러를 벌었다.
이 책에서 당신만의 성공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행운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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