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지음
이다미디어 펴냄
2014년 발행 개정판
전자책 있음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2005년 발행 초판
자서전인데, 소설처럼 읽힌다. 문장 사이에서 뿜어내는 광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극한까지 가보는 인생, 어디서 읽은 것 같아 생각해 보니, 폴 오스터의 소설 '달의 궁전'의 주인공을 닮았다. 정규 학업 과정이 없이 독학으로 최고의 작가가 되는 과정을 보면, 잭 런던이 떠오른다.
에릭 호퍼는 독학하는 과정에서 글쓰기를 익혔다. "돈을 별로 쓰지 않고 살면서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수학이나 화학, 물리학, 지라학 등의 대학 교재로 독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억을 돕기 위해 노트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는 일에 열중했고, 제대로 된 형용사를 찾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27p
호퍼의 글쓰기는 자발적인 본능이다. "내게 글쓰기는 육체적으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나는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 위해 글을 써야 합니다." 176p "나는 써야 하기 때문에 쓴다. 나는 나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166p
종종 아포리즘 가득한 문장은 니체 같은 통찰을 보여준다. "자기 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를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61~62p
미국 자본주의 성찰은 대체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밑바닥 노동자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면서도 책을 많이 읽은 지성인인 그는 자본주의를 이념의 공격 대상이 아니라 그저 삶의 한 형태로 관조한다.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돈과 이윤의 추구는 사소하고 천박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상한 동기에 의해서만 활기를 띠게 된다면 사람들이 움직이고 분투하는 곳에서 영위되는 일상 생활은 빈약하고 궁색해지기 십상이다." 159p
좌우 양쪽 모두한테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이 별종은 정치적으로 회색을 추구하는 예술가들한테 사랑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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