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 문명 비판
* 끔직한 미래 세계
* 사회학, 심리학, 생물학의 등장
SF의 고전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제목만으로 이 소설에 정말 멋진 신세계가 그려져 있다고 짐작한다면 큰 실수다.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그린 독재 사회보다 더 끔찍한 세계가 펼쳐진다.
얼마나 끔찍할까? 잠시 그 소름끼치는 그 사회를 엿보자. 이 멋진 신세계의 표어는 '공유', '균등', '안정'이다. 왜 그럴까. 조금 더 보자.
'런던 중부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에서 태어나기 전부터 계급이 정해지고 그 계급에 맞게 신체 조건을 조작한다. 상위 계급은 알파, 베타 등이고 하위 계급은 감마, 델타, 엡실론 등이다. 당연히 하위 계급의 인구가 많아야 한다. 그것도 되도록 똑같은 쌍둥이로. 어떻게? 바로 '보카놉스키 법'으로. 그게 뭔데? 한 개의 난자에서 8내지 96개의 싹을 틔우는 방법.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아보육실 신파블로프식 조건반사 양육실'에서 의식이 눈을 뜨기 전인 아기들에게 전기 충격을 줘서 꽃을 싫어하게 하는가 하면, 자기의 계급에 만족하도록 세뇌시킨다.
이 사회는 세뇌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소마'라는 약을 사람들이 먹는다. 이 약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부작용도 없다. 불행은 이 사회에서 없다.
임신이 아닌 철저하게 배양 시험관을 통해 인간을 만드는 이 사회에서는 가족이라는 것이 없다. 따라서 결혼이라는 것도 없다. '어머니', '아버지'라는 말은 욕이다. 모든 남자는 모든 여자의 것이며,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의 것이다.
그 어떤 계급 투쟁도 있을 수 없다. 타고난 신체 조건과 철저한 세뇌로 자신의 계급과 일에 만족한다. 또 불안이 생기면 '소마'를 먹으면 그만이다. 이제 이 사회의 표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익숙한 이름들을 읽을 수 있다. 엥겔스, 마르크스, 프로이드, 포드, 맬더스, 다윈. 20세기 문명에 대한 신랄한 풍자는 이런 이름들에서 잘 보인다. 앞에 보이는 파블로프도 그렇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명 비판적이다. '야만인'의 자살은 이 '멋진 신세계'를 거부하는 작가의 웅변이다.
올더스 헉슬리는 왜 이런 비관적인 미래관을 제시하는가. 작가는 이 작품을 1932년에 발표했다. 그 당시 사회 상황이 이랬다. 세계 대전으로 인해 과학 문명과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인간의 정신을 무시하는 사회학과 심리학과 생물학이 등장했다.
지금도 마르크스, 프로이드, 다윈의 영향력은 대단한데 그 당시는 얼마나 충격이었겠는가. 그런 충격 속에서 사람들은 장미 빛 미래 사회를 꿈꾸었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생각에 반기를 들어 과학 문명이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경고하고 있다.
제3장에는 독특한 소설 기법이 돋보인다. 마치 영화의 여러 장면이 몇 개로 쪼개져 동시에 보이는 것처럼 글을 썼다.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들의 구절을 많이 인용했다. 제목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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