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분서 #4 [사기꾼] 에드 맥베인 - 사람 좋은 첸 아저씨
사기꾼
The Con Man (1957)
에드 맥베인
피니스아프리카에 2015년
ISBN 9791185190099
사람 좋은 첸 아저씨
'사기꾼'은 87분서 시리즈 네 번째 소설이다. 첫 작품 '경찰 혐오자'와 세 번째 이야기 '마약 밀매인'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출간순으로 읽기 바란다. 경찰 혐오자-노상강도-마약 밀매인-사기꾼.
계속 나타나는 표류 시체. 여자인데 손가락 사이에는 하트 모양의 문신과 글자가 있다. 전편 '마약 밀매인'의 영웅 카렐라는 영웅의 아내 테디는 그 단서를 좇아 문신시술소에 간다. 여기서 사람 좋은 중국인 찰리 첸을 만난다.
세 번째 소설 '마약 밀매인'에서 "그릇된 사상과 탐욕에 사로잡힌 편집자"(266쪽)에 의해 가슴에 총을 세 방이나 맞고도 살아난 우리의 스타 주인공 카렐라 형사와 그의 아내 테디는 이어지는 네 번째 소설 '사기꾼'에서 작가 대놓고 맹활약을 하게 한다.
나름 인상적이긴 한데, 오히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스타덤에 오른 두 남녀가 아니라 문신 시술하는 '착한' 중국인 아저씨 챈이다. 경찰이 나타나면 대개들 겁을 먹거나 비협조적인데, 이 아저씨는 처음 보는 경찰한테 농담까지 하면서 친절하고 자상하다.
독자들이 첸 아저씨 좋아하는 걸 눈치챘는지 용캐도 작가는 이 인물을 잘 기억해서 시리즈 후반기 소설 '아이스'에서 다시 등장시켰다. 변함없이 사람 좋은 분으로 나온다. 그런 사람이 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어느새 정이 들고 마음 편해지는, 그런 사람 말이다.
카렐라 형사가 표류 시체를 조사하는 한편에는, 꼼꼼하고 끈질긴 수사를 하는 브라운 형사가 사기꾼을 찾느라 고생이다. 고작 오 달러를 사기 당하고 수사를 의뢰한 것이지만, 동료 형사들의 비웃음을 들으면서도 브라운 형사답게 성실하게 사기꾼을 추적한다.
단순하지만 하트 문신 안에 있는 글자 수수께끼가 있고 168쪽에 가서 풀린다. 후반부에 위기일발 서스펜스도 있어서, 나름 재미있다. 농담도 전작에 비하면 좀 낫다. 가끔씩 허접한 유머를 구사해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는데 그건 그 나름대로 각 인물들의 성품을 나타내는 것이다. 애써 내가 작가를 변호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가끔 정말 썰렁할 때가 있다.
미남 사기꾼 살인자가 왜 하트 문신을 새기는 것에 집착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렇게 똑똑했던 범죄자가 나 잡아가라고 그런 단서를 일부러 힘들여 남긴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미친놈이니까, 그래서 그래. 그냥 넘어 가? 두 스타 주인공, 특히 테디를 띄우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최고라고 할 순 없어도 재미있게는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