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프루스트 이형식 - 어떻게 읽어야 하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형식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펴냄
@ 이형식의 극한 번역
시절이라고 제목을 번역했지만, 다들 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걸 짐작하긴 쉬울 듯하다. 왜 시절이냐? 옮긴이 이형식의 말을 간략하게 줄이자면, 작품은 옛날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어린 시절이라고 말하지 어린 시간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과거의 어느 한 때는 시간이 아니라 시절이다.
이형식 번역은 우리말에 가깝게 다듬는 작업은 그다지 하지 않았다. 되도록 원작을 살리자는 취지에서인지 의역을 경계한 듯 보인다. 상당히 많은 쉼표를 볼 수 있는데, 원작에서 한 문장이면 되도록이면 그대로 한 문장으로 번역한 듯.
생소한 한자어를 자주 써서 종종 사전을 찾아 봐야했다. 가끔은 적절하지 못한 단어 선택이 거슬린다. 번역자는 주석에서 이렇게 번역하는 이유를 다른 번역자들이 잘못 옮기고 있다는 투로 써놓았다.
옮긴이의 주는 학자답게 '지독하리만큼' 꼼꼼하다. 다른 번역본에서는 읽을 수 없는 주석이라서 한 번 정도는 챙겨 읽어 둘 필요는 있다고 보지만,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과 전혀 되지 않는 것이 뒤섞여 있으니 선별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철저하게 알아낼 수 있는 선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을 수 없었다.
@ 어떻게 읽어야 하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읽기가 무척 대단히 무진장 너무 많이 미치도록 어렵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읽어도 읽었다고 할 수 없다.
한 문장이 길다. 엄청 많이 정말이지 환장할 지경으로 길다. 한 문장이 한 쪽을 넘을 때도 있다. 이런 문장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한 번 익숙해지면 어느새 이 작품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고?
왜 이렇게 긴 문장을 쓰는 것일까?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퇴고하면서 기존 문장에 끝없이 넣고 또 넣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순간 한 장면의 느낌을 온갖 수식어와 사물과 감정으로 최대한 꽉꽉 채워 넣으려고 했던 것이다. 문장 종결을 늦추면서 묘사를 최대로 늘린다.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이지 징헌 문장이다. 한 문장 안에 최대한 많은 걸 넣으려고 하니.
한 문장을 제대로 읽어냈다면, 마치 폭죽 터지는 하늘의 한 가운데로 날아오른 기분이 들 것이다. 못 읽어내면 그냥 뜬구름 속에서 의미도 느낌도 모른 체 멍한 좀비가 된 기분이 들 것이다. 독서 체험의 중간이 없다. 극과 극이다.
그 다음으로 읽기를 힘들게 하는 점이 있다. 바로 '인용하는 그림들'이다. 모나리자 같은 유명하고 친숙한 그림이 아니라 우리나라 일반 독자들한테는 생소한, 화가의 그림들이 줄줄이 계속 언급된다. 이러니 직접 해당 그림을 보지 않고서는 그냥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해당 그림을 하나하나 찾아 보는 재미 혹은 고생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더 나아가 그림을 봤어도 여전히 의문이 생길 때다. 이때 필요한 책이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다. 마침 책을 번역한 사람도 같은 이형식이다.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에릭 카펠리스 엮음, 이형식 옮김
까치글방 펴냄
작품에 나오는 그림을 손쉽게 이 책으로 볼 수 있다는 점보다는, 인터넷 검색으로 볼 수 있으니까, 해당 그림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와 해석으로 인용되는 설명한 주석(책 끝에 있다.)이 대단히 유용하다. 읽다가 생겼던 의문점은 이 책 주석 글을 보고서 많이 풀렸다.
읽다가 그림이 나오면 이 책을 펼치고 해당 그림을 보고 책 끝에 있는 그림 주석을 읽으면 된다.
프루스트는 단지 소설에 그림을 인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학을 그림처럼 느낄 수 있도록 글로 그리고 조각하고 건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외 생소한 음식, 꽃, 장소, 역사적 인물, 문학작품 등도 만만치 않다. 이래서 종종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한다.
읽기를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한 작품이다. 한 번 읽고 포기하지 마라. 열 번 읽어도 이해가 안 된다면, 백 번 읽어라.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문장으로 묘사할 수 있는 '최고치'를 경험해 보라.
@ 이 글에 달렸던 댓글
예술은 예술일 뿐 2016.02.13 13:28
옮긴이의 자만이 매우 적절치 못한 양태로 나타나는 번역본입니다. 피렌체를 휘렌체로 번역하는건 무슨 배짱인지. 흔히 사용하는 'ㅋ,ㅌ'등을 'ㄲ,ㄸ"으로 바꾸다 보니 소나타를 소나따로, 이건 뭐 지만의 독창성이 아니라 꼰대 짓 아닌가요? 오타도 많고 쉽표가 이상하게 찍힌 문장도 있고. 여튼 손에 잡아서 읽고 있긴 하지만 다른 번역본들에 비해 정성이 무지하게 부족한 책입니다. "시절"에 대한 변도 좀 궁색하지요. 사실 우리가 찾는 건 "시간"이 맞습니다. 비어 있는 기억속에서 그 비어 있는 시간을 찾음으로 해서 그 시절이 완성 되는 것이죠.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펭귄클래식 번역본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 읽으신다면 민음사본이 읽기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