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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주 [그래서 작사가 되려면] 노랫말에 캐릭터와 이미지를

lovegood 2022. 2. 27. 12:34

그래서 작사가 되려면 - 책으로 듣는 K-POP 작사 수업

안영주 지음
더디퍼런스 펴냄
2021년 초판 발행
2024년 개정판 발행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을 종종 듣다 보면 문득 가사를 붙이고 싶을 때가 있다. “, 이 곡은 분명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듣고 있으면 음악이 뭔가를 말하고 있다.

팝송을 들을 때 예전에는 가사에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가, 영어 듣기와 독해 실력이 된 후로는 가사를 찾아서 읽는다. 그리고 이제야 노래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의 가사를 찾아서 읽어 봤다. 무척 긴 이야기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간단했다후렴구가 핵심이자, 거의 대부분이었다. 추운 겨울날, 미국 캘리포니아 LA 따스한 날씨를 그리워한다. 가사에는 안 나오는데, 작가/작곡할 당시에 뉴욕시에 있었단다. 겨울에 뉴욕은 엄청 춥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내 맘대로, 한 남자가 겨울바람이 부는 가로수 눈길을 걸으며 옛사랑을 추억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 책 그래서 작가가 되려면은 때마침 작사하는 법이 궁금한 차에 도서관 신착자료 책장에 있길래 빌려서 읽었다책으로 듣는 K-POP 작사 수업이라는 부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예시로 드는 곡은 K-POP이다.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외는 모르는 곡이었다, 나로서는.

작사도 글쓰기의 일종이라서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예외는 없다. 꼼수도 없다.

작사 독학법도 소설 쓰기, 칼럼 쓰기랑 거의 같았다. 기존 가사를 분석하고 필사하고 따라해 본 후, 습작한다. 자기 작품을 만들어 나아간다.

가사가 꼭 뭔가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다. 앞서 예로 든, 팝송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그저 일상의 한 조각일 뿐이다.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다.

좋은 가사는 캐릭터와 이미지가 필수다. ‘캘리포니아 드리밍가사 전체를 제대로 몰랐던 내가, 그 후렴구와 몇몇 단어만으로 앞서 그런 모습을 상상했으니까. 노랫말에도 이야기처럼 인물이 있고 배경 이미지가 있으며 사건도 있는 것이다.

노랫말이니까 글자수, 정확히는 음절수를 잘 조절해야 한다. 이 책 제목은 3, 3, 3이다. 그래서, 3. 작사가 3, 되려면 3. ‘그래서 작사가가 되려면이 아니라 그래서 작사가 되려면이다.

작사 강사의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주욱 읽어 내려가면 되겠다. 작사가 지망생이 궁금해할 점들을 잘 풀어놓았다글쓴이 안영주는 직접 지도하고 있는 커리큘럼을 책으로 구현한 자습서 혹은 문제지 같은 실전 실습서”(6)라고 했다.

작사가 안영주의 평소 일상과 직업상 고민도 책에 솔직하게 담겨 있다. 뭐든 남들 보기에 쉬워 보일 뿐이다. 쉬운 일은 없지.

202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