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학습혁명] 이케가야 유우지 - 뇌 과학이 가르쳐주는 공부법
뇌 학습혁명
이케가야 유우지 지음
양원곤 옮김
지상사
이 책은 뇌 과학의 이론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우리 뇌를 이해한 후에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는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서울대 합격했다는 사람 무작정 따라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뇌 작동 원리로 공부하자는 말이다.
지은이는 잘 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는 뇌의 결함이 아니라며 우리를 편안케(?) 한다. 그렇다. 우리는 머리가 나쁜 게 아니다. 원래 뇌는 잘 잊어버린다. 왜? 뇌를 잘 보면 알 수 있다.
뇌에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움직인다. 약 1천억 개다. 그렇게도 많지만 정작 세세한 걸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외부의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뇌는 5분 안에 한계에 도달한다."(19쪽) 그러니 뇌는 당연히 외부의 정보를 대부분 무시한다. 기억하기보다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 기억하면 뇌는 폭발하리라.
그러면 기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뇌 과학자는 명확하고 단순하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첫 대답을 내놓는다. "반복하세요." 자, 화내지 말고 이케가야 유우지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스트레스를 느끼면 신체에서 '당질 코르티코이드'라는 나쁜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억력을 저하시킨다."(21쪽) 그래서 저자의 가장 첫째 충고는 이렇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불안해하지 말고 뇌는 원래 잘 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다시 외워야 한다.
자, 그렇다면 뇌는 어떤 것을 잘 기억하려고 할까? 생명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억하려는 성향이 있단다. 그 판단 기준은 '감정'과 '의식'이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완벽하게 외운 각종 수학 공식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아버지한테 죽음에 가깝게(?) 혼날 거라는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외웠을 뿐이다. 현재 나의 사회생활에서 미적분을 할 일은 없다. 따라서 수학 공식을 외울 필요가 없다. 당연히 뇌는 필요를 느끼지 않으므로 수학을 잊는다.
글쓴이는 다시 한 번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단어를 잊어버리는 속도에는 거의 개인 차가 없다."(28쪽) 안심하라. 일등과 꼴지는 영어 단어 잊는 속도가 같다. 그럼 얼마나 잊을까?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기억의 반이 4시간 이내에 사라진다.
공부의 핵심은 "과연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이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즉, 끝없는 복습이다. 기억 보존 기간은 1개월이므로, 1개월 내에는 공부했던 걸 다시 봐야 한다. 또한 반복하는 내용이 같아야 제대로 기억한다. 흔히들 단권화하라든지 참고서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공부하지 말라는 것은 그래서다. 조금이라도 새롭거나 비슷한 내용이 있으면 기억의 간섭 현상으로 기억력이 저하된다.
우리 뇌는 시행착오를 통해 기억을 완벽하게 한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성적이 좋은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아주 나쁜 점수를 받거나 실수로 점수가 확 떨어지면 실패를 피할 방법을 모색한다. 뇌는 컴퓨터와 달리 입력하면 곧 기억되는 게 아니다. 이게 아니군. 저것도 아니군.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후에야 확고한 정답을 기억한다. "암기는 지속적인 노력과 실패해도 기죽지 않는 기력이 있어야 한다."(56쪽)
공부에서 기초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뇌는 단계를 밟아야 기억한다. 더하기 빼기도 제대로 못하고 바로 미적분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자신의 학습능력을 솔직히 인정한 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한테 '초등학생 교재'를 준 이유도 그래서다.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높은 단계부터 해 봐야 소용없는 것이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확실히 익혀 조금씩 높여 나아가는 것이 목표 지점에 가장 빨리 가는 길이다.
우리 뇌가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기억하면 좋지 않을까. 이처럼 불편하고 힘들게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억이 애매하고 유연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긴 머리였던 사람이 오늘은 짧은 머리로 출근했다고 그를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면 난리난다. 뇌는 그런 사소한 변화를 무시하고 비슷한 것을 기억해 같은 사람으로 본다.
자, 그러니 공부할 때는 세세한 것부터 아닌 전체적인 것부터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편적인 것보다는 전체 맥락부터 파악해야 한다. 공통점과 법칙성을 발견하는 게 학습 포인트다.
국영수 성적이 좋은 사람이 다른 여러 과목도 대체로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뇌는 세세한 차이보다는 전체적인 유사점을 잘 기억한다. '학습의 전이' 효과로, 한 분야에서 익숙하게 기억했던 것이 다른 분야에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니 낙제를 피하려고 모든 과목에 공부 시간을 균등하게 나누어 쓸 게 아니라 일단 한 과목이라도 만점 가까이 나올 정도로 공부한 후에 다른 과목을 배우는 게 효과적이다.
기억은 경험기억과 지식기억이 있다. 경험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으므로, 공부는 바로 이 경험기억으로 해야 한다. 단순히 기억할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상상으로 그림처럼 기억하면 오래 기억된다. 문제는 이렇게 기억한 것조차 결국에는 지식기억으로 변한다. 다시 경험기억으로 만들려면 그 기억을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해주면 된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성격도 좋아(?)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가며 학우들한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서 가르쳐 주는 것은 본인의 기억이 오래 지속되도록 단순기억을 경험기억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진짜 공부를 잘하려면 경험기억보다는 '방법기억'을 이용해야 한다. 어떻게 그 공식이 나왔는지 원리를 터득해서 기억해 두면 응용력이 높아진다. 이 책의 지은이 이케가야 유우지는 구구단을 '방법기억'으로 습득했다. 이 사람은 7x8을 7x10-7x2=70-14로 계산한다.
단순 무식 암기는 진정한 의미에서 학습이 아니다. 영어 점수는 높지만 정작 영어를 제대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이 방법기억으로 학습하지 않은 탓이다.
나는 지난 서평(작가 수업)에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는 뇌의 학습과도 관련이 있다. "공부량과 성적의 관계는 단순한 비례관계가 아닌 등비급수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110~111쪽) 2의 n승씩 성적이 오른다는 말이다. 1, 2, 4, 8, 16, … 처음에는 아주 조금씩 오르지만 나중에는 급격하게 오른다. 그 급상승의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제발 포기하지 마라.
제4장은 자잘한 팁이다. 배가 고프고 약간 추운 상태에서 공부해야 기억력이 상승한다. 충분히 자라. 감정을 갖고 기억하라. 흥미를 가지면 쉽게 외운다.
에필로그에서는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원래 할 수 있는 사람과 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공부를 시작할 때의 작은 의욕의 차이다."(149쪽) 현재 자기 실력을 냉정하게 깨닫고 조금씩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공부를 한다.
성적 나쁘다고 바로 때리고 욕하거나(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다.) 무작정 고액 유명 학원(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당연히 보내야 한다.)부터 보낼 게 아니란 말이다. 자녀의 의욕부터 높여야 한다. 아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그 신뢰를 말로 표현해 줘야 한다.
'슈퍼 기억력의 비밀'을 쓴 에란 카츠는 어릴 적에 성적이 좋지 않자 선생님이 부모님을 불렀는데, "잠재력이 풍부한 아이니까 공부를 하기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겁니다."하고 본인 앞에서 말해주었다고 한다. 화가 나서 아이 머리만 쥐어박지 않았는가. 제대로 격려했는지 반성해 보라.
어쩌면,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한테서 들은 격려의 말 때문이리라.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아주 잘해." 이런 말을 일년에 최소 한 번만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나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 돈과 유명세는 칭찬이라는 거대한 책 맨 끝에 붙은 아주 작은 부록이다.
“당신도 할 수 있어.” 뇌 과학이 당신에게 하는 말이다. 믿어라. 행하라. 할 수 있다고 믿고 꾸준히 공부하면 전교 1등은 시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