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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기억력의 비밀] 에란 카츠 - 익숙한 것과 연결하기

lovegood 2022. 6. 2. 15:51



슈퍼 기억력의 비밀
에란 카츠 지음
박미영 옮김
황금가지



이 책을 쓴 에란 카츠는 500자리의 숫자를 한 번 듣고 기억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외계인이다! 정말 그렇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물론이고 이 글도 더 읽을 필요가 없다. 당신은 어서 외계인에게 납치되든가, 외계인이 되라. 농담 그만? 그렇다면 진지하게 그 방법을 알아보자.

기억력 대회 상이란 상은 죄다 차지한 미국 사람이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그 방법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에란 카츠와 똑같은 말을 했다. 외우고자 하는 것을 익숙한 공간 기억과 연결시킨다. 먼저, 당신 집의 방과 각 방에 있는 물건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런 후 무작위로 주어지는 숫자나 트럼프 카드를 그 방의 그 물건과 함께 기억한다. 하트 7이면 거실 왼쪽에서 일곱 번째 있는 액자다. 상당한 노력과 오랜 훈련 기간을 거치면 상당히 빠르게 결합시킬 수 있다.

결국, 그 자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고 잘 기억되어 있는 그 무엇과 연결시키는 것이 비법이다. 숫자가 아무리 길어도 완벽하게 외울 수 있는 것은 그래서다. 그 사람은 엄격하게 말하면, 숫자 자체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자신만의 익숙한 그 무엇과 관련지어 상상한 것이다. 시시하다고? 비밀은 알고 나면 상식이다. 당신이 모르고 있으니, 여전히 비밀이다.

기억력의 첫째 조건은 무엇인가? 나이토 요시히토([하루 10분, 초간단 기억의 법칙], 팜파스 펴냄)는 "진심으로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들었다. 관심이 있다면 완벽하게 기억한다. 에란 카츠 씨는? 1부 목차의 '자신감'? "기억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지 기억할 수 있다"(10쪽)는 믿음부터 가지라고 한다.

정말 암기하고자 하면 할 수 있나요? 지은이는 "우리는 스스로의 기억력이 나쁘다고 결론"(15쪽)을 내리고 믿어버리는데, 그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왜 우리는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는가?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 작은 실수로 실패한 일을 과장해서 지나치게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새 차를 뽑았는데 차의 앞부분에 작게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면 화가 나기도 하고 그 새 차 전체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19쪽)  둘째, "실패한 기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19쪽)을 갖고 부풀려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다 한두 번의 실수를 십중팔구의 실수로 믿는다. 성공했던 80 퍼센트는 당연하니까 아예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내 기억력이 나쁘다고 여긴다.

기억을 잘하기 위한 자세는 인생을 더 잘 살기 위한 자세와 통한다. 긍정적인 자세가 자신감으로, 자신감이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한계는 없다. 뭐든 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다. 이 책에서는 무하마드 알리의 예를 들었다. "알리 씨, 골프는 잘 치십니까?" "세계 최고일 겁니다. 아직 골프 치러 나가 본 적은 없지만."(32쪽)

우리는 주변 환경이나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능력이 더 발전할 수 없다고 믿고 그렇게 행동한다. 자기만족은 종착역에서 더 나아가지 않으려는 태도다. 저자는 멕시코의 길들여진 벼룩을 이야기한다. 벼룩을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으면, 벼룩은 벗어나려고 병뚜껑에 수차례 부딪히고 아래로 내려온다. 벼룩에게 실패 경험이 축적된 후에는 병뚜껑을 열어두어도 병 안에 머문다. 막혀 있다고 믿어버린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컴퓨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입력, 저장, 출력'이라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같지만 안으로 처리하는 과정은 다르다. 기계는 해당 정보에 관심이 없어도 입력할 수 있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컴퓨터에 맥주 사진을 입력/저장/출력하려는데, "난 양주를 좋아해. 맥주는 싫어. 맥주 사진은 받아들일 수 없어."라며 거부하진 않는다. 반면 사람은 관심이 없으면 정보를 입력할 수 없다. "정보를 입수하는 단계에서 '입수'란 곧 관심입니다."(59쪽)

그렇다면, 흥미만 있으면 뭐든 기억되겠네. 꼭 그렇진 않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기억하고 배우려면 기억되고 배웠을 때 대가가 있어야 한단다. 자동차 운전을 배우려는 것은 자동차나 차 운전에 대한 흥미보다는 운전을 배워서 이용할 때의 장점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 자체가 흥미로워서 기억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알아야 자신한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억한다. 흥미와 이익은 무엇인가를 기억하려는 강력한 동기다.

다이어트에 관심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기억도 식사 조절에 이용할 수 있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식은 즐거운 것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해치는 음식을 떠올려 봅니다. 사탕, 과자, 아이스크림을 통증과 징그러운 느낌으로 연결시킵니다."(114쪽) 끝없는 연상으로 자기 암시를 하는 셈이다.

3부에 있는 여러 암기법도 원리는 같다. 상상해서 연결한다. 저자가 설명한, 영어 철자를 정확히 암기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conceal(감추다)이라는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The elephant conceals the ant.'(코끼리가 개미를 감춘다)와 같은 문장을 만들어 두면 e, a의 순서를 분명히 기억할 수 있습니다."(170쪽) 이렇게 공부하면 절대로 철자 안 틀린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을 연결하여 기억해서 활용한다. 기억은 상상이다. 긍정의 상상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학창 시절에 문제아였다고 한다. 수학은 24점, 작문은 15점을 받았다고. 그런 그가 고등학교 졸업 시험 때 "마치 책을 펴 놓고 들여다보면서 시험을 치고 있는 것 같은"(145쪽) 경지에 이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부모가 성적이 나쁘다고 아이를 나무라지 않았다. "잠재력이 풍부한 아이니까 공부를 하기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겁니다."(144쪽)라고 선생님한테 말해 자신감을 줬다. 긍정은 노력으로, 노력은 보상으로, 보상은 다시 노력으로, 하여 통달한다.

지은이는 끝으로 "여러분은 마음만 먹는다면 무엇이든지 기억할 수 있습니다."(195쪽)라고 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단순하고 쉬운 것부터 실천하기 시작합니다. 한 걸음씩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연습을 하면서 자신의 기억력이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195쪽)

집중력, 기억력, 상상력은 긍정적 자세로 꾸준히 노력하여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의 여러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