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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의 혼자 놀기] 권윤주 - 외로운 당신을 위로하는 새하얀 고양이

lovegood 2022. 6. 9. 20:43



Snowcat의 혼자 놀기
권윤주 지음
열린책들

와우, 이 멋진 세상! 휴대폰, 인터넷. 세상에, 예전에는 그것들이 없이 잘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더 좋아졌고 더 빨라졌고 더 편해졌다. 하지만, 왜 우리는 더 외로워지는가. 누군가 답을 아는가. 아는가, 그대는, 그 이유를?

권윤주가 창조한 만화 캐릭터 스노우캣은 현대인의 고독을 혼자놀기라는 은유법으로 얘기하며, 외로운 우리를 위로한다. 권 씨는 이 책 출판 이전에 자신의 웹사이트로 이미 인터넷을 떠도는 영혼들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 새하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의 첫장 상자쓰기(9쪽)을 보면 스노우캣이 상자에 눈구멍을 뚫고 머리에 쓴다. 단절. 커뮤니케이션 없음. 인간 소외. 오직 자신이 보고자 하는 현실만 보고자 함. 일본 실존주의 작가 아베 코보의 작품들 중에 상자 쓴 사나이가 무작정 시내를 돌아다니는 게 나온다. 어쩌면, 스노우캣의 상자쓰기는 아베 코보보다 더 지독한 농담이다. 차라리 그 고독을 즐기자고 말하니까. 더구나 외출은 거의 안 한 채로 말이다.

할 일 없는 백수의 모습. 이제 구직을 완전히 포기하고 이 세상을 욕하느니 차라리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신문의 TV프로 안내표를 접어 모자로 만들어 쓰고, 필요할 때마다 모자를 본다. 혼자서 영화를 본다. 도를 닦듯 잠을 잔다. 어린이 장난감을 사서 논다. 탁자 아래로 들어가서 낙서를 한다. 위선적인 어른이 되느니, 솔직한 어린이가 되자.

마치 외로운 백수 생활을 즐기는 듯 얘기하지만, 그의 외로움은 그림의 여백만큼이나 크게 드러난다. "나, 혹시 투명인간이 아닐까?"(93쪽) 그는 그렇게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혼자놀기에 몰입한다.

그의 초창기 작품 캐릭터는 괴물처럼 보이고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여기서 직설법으로 얘기한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그 세상에서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한탄은 극에 달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돈과 정보만 교환할 거라면 "차라리 혼자 놀아라." 들리는가, 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