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노트북 1] 도리스 레싱 / 뿔
"나의 중요한 목적은 책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그것을 말없이 서술하도록 구성하는 것이었다. 즉 구성된 형식을 통해 말하게 하는 것이었다." 20쪽
그럴 때가 있다. 글이 글을 쓴다. 별다른 개요도 아이디어도 없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느새 글이 써져 있다. 와! 이게 뭐야? 글쓰는 귀신이 붙었나. 곰곰 생각해 봤다. 이때는 글로 쓰려는 것에 몰두했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에 충실했다. 글은 그 발자취였다. 좋은 글은 자연스럽다. 의도적으로 계획에 따라 쓴 글은 눈을 자극할 뿐이다. 내면의 진실한 마음으로 쓴 글은 물결처럼 퍼지며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독법은 단 하나입니다. 도서관과 서점을 뒤지며 흥미 있는 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런 책들을 읽다가 지겨우면 그만두고, 질질 끄는 부분은 넘어가되, 의무감에서 혹은 유행이나 일반적인 동향에 속한다고 해서 절대, 절대로 읽지 마십시오. 스물 혹은 서른에 지겹다고 느낀 책이 사십 혹은 오십 세에는 저절로 손이 갈 테니까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29쪽
자신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읽자. 자신한테 맞지 않는 책을 왜 억지로 읽으려 드는가. 자발적 독서는 연애다. 의무와 유행에 따라 누굴 좋아할 순 없다.
"글로 쓰여진 것만 사고하도록 제약받아 온 이들은 눈앞에 있는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당신이 마음을 열기만 하면 쓰여지지 않은 말 속에 담긴 진실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쇄된 지면을 당신의 주인으로 섬기지 마십시오. 당신은 공감을 느끼는 책에서 다른 책으로 옮겨가며 당신의 방식대로 읽도록 교육 받았어야 했어요. 자신의 요구에 대한 직관에 충실하도록 배워야 합니다."
"내가 쓴 글들을 읽고 당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자신의 삶과 경험에 견주어 보는 게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