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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 무섭도록 솔직한, 문학 재능과 감수성

lovegood 2017. 5. 21. 09:56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 10점
실비아 플라스 지음, 김선형 옮김/문예출판사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 무섭도록 솔직한, 문학 재능과 감수성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 그러니까 이 사람의 소설과 시를 전혀 읽어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작가의 일기를 읽는 중이다.

도서관에서 몇 번이나 이 책을 들었다 놓았다. 무겁고 두꺼운 책은 부담스럽다. 양장본에 700쪽이 넘는다. 그러다가 전자책이 나온 것을 보고 구매해서 크레마 카르타에서 읽고 있다.

아직 다 읽지도 않았지만 처음 몇 편만 읽었어도 이 작가의 놀라운 감수성과 뛰어난 문학 재능을 실감했다.

실비아의 글쓰기 강박관념은 거의 정신병 수준이다. 보통 사람은 그냥 산다. 이렇게 날카롭게 이토록 예민하게 이만큼 절박하게 느끼고 그걸 글로 쓰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라면 별 신경도 안 쓰고 넘어갈 일들이, 이 사람을 거치면 놀랍고 섬세하고 절실한 글이 된다.

“참된 자아가 언어를 찾아 말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눈부신 사건이 된다.”라는 서문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나는 내 삶을, 예리한 감수성을, 내 감정을 활자로 옮김으로써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는 걸 그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실비아 플라스는 이런 사람이었다.

절실하게 살고자 죽으려 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기를 쓴 당사자의 심리와 감정과 숨결을 맞닿는 순간부터, 그것은 절대 진리로 섬광처럼 빛난다.

테드 휴즈는 이혼 직후 3개월 동안의 일기를 버렸다고 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비난을 하던데, 나는 휴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아내 실비아가 얼마나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썼을지 짐작이 간다. 별다른 문학적 재능이나 뛰어난 감수성이 없는 사람이 쓴 일기라면 무시할 수 있겠지. 하지만 실비아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핵폭탄 급 글을 써댔으리라.

요즘 무딘 감수성으로 살고 있는 내게,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좋은 자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