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낮은 숨결] 이인성 - 2인칭 소설
한없이 낮은 숨결
이인성 지음
문학과지성사
이인성의 소설은 흔히들 난해하다고 한다. 그의 첫 작품 <낯선 시간 속으로>(문학과지성사 펴냄; 1983년)는 자유 분방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기존 소설 독법(사건의 흐름으로 읽기)으로 읽으려 들다가는 두통약을 많이 먹게 된다.
이 소설집 <한없이 낮은 숨결>도 난해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실험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설이 난해하다고 투덜대는 독자한테 이인성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 또한 그 단단한 선입관의 틀을 벗어나 나의 이 노력과도 참으로 만나야 한다고. 전혀 별종의 짐승을 대하듯 '난해'란 학명을 붙이고--기실 '난해'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적 체계를 벗어나 있다는 뜻 이상은 아닌데도--, 그렇게 선전된 내 소설을 동물원의 구경거리로나 제쳐놓으려 하지 마십시오."
이인성의 이 소설집은 재미있다. 읽는 내내 킬킬거렸다. 2인칭 소설 쓰기 읽기라는 그 이상야릇한 체험에 대해 독자와 작가가 함께 생각해 보는 소설이다. 역시나 이 소설집에서도 그 자유분방한 의식의 흐름 수법을 쓰고 있다.
이인성은 상투적인 상상력을 거부한다. <낯선 시간 속으로>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상투적 상상력? 그러나, 상투적인 상상력이 다른 곳도 아닌 바로 고통의 현실과 엄연히 맞물린다면? 그러나, 그러나, 상상력은 거기 멈추어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상상력이 거기 멈추면 현실도 거기 멈출 테니까? 그러면? 그 너머로 가야 하겠지. 그 너머 어디로?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그는 왜 자꾸 되돌아가야 한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그 너머로 가는 것이 곧 되돌아가는 것일까? 생각은 거기서 캄캄하게 가로막혔다. 그는 시야를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고 싶었다."
그는 소설집 <한없이 낮은 숨결>을 통해 상투적인 것을 제거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소설에 물음과 성찰이다. 글쓰기와 글읽기에 대한 글이다. 교묘하게 엮어 놓은 소설들. 소설 쓰기와 읽기, 그 이상야릇한 관계 속에서 이인성의 언어가 너울너울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