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위상] 김현 - 문학은 억압을 생각한다
한국문학의 위상
김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문학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빌어먹을, 이렇게 힘든 소설 쓰기를 내가 왜 하려고 하지. 도저히 글이 안 나와. 소설가가 뭐 아무나 되나. 난 아니야. 돈이 되지 않는 짓을 왜 하지. 문학 작품 백만 권을 읽으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야. 문학 작품은 읽어 봐야 지금 당장에 써먹지도 못하는 걸. 차라리 영어책이나 시사 상식 책을 읽으면 취직이라도 잘 되지. 소설책, 시집, 희곡집, 다시는 안 읽어."
설령 내가 소설가나 시인이나 희곡 작가가 되지 못 한다 하더라도, 문학을 사랑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 문학 작품 탐독을, 한 때 젊은 날에 있었던 일로 추억하지 않으리. 나는 그 어떤 일보다 문학 작품 읽는 일이 즐거우니.
김현의 주장은 "문학은 억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억압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비억압적인 것은 억압적인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로 압축된다. 이런 중심 생각을 통해, 지난 한국 문학사를 새롭게 보여 주어 우리 문학에 대한 애정을 독자들에게 심어 준다.
문학 이론서가 딱딱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고정 관념을, 이 책은 산산조각 박살낸다.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또 정확하게 '문학이라는 무엇인가'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책도 없으리라. 누군가 문학에 대해서 실증을 내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문학을 포기하려 한다면 이 책을 건네주라. 그에게 커다란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1980년대 이 책은 문학 지망생들한테 성경처럼 읽혔다. 나는 1990년대 이 책을 접했는데, 그런 시대 공감의 끝자락이었다. 요즈음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기보다는 이야기와 언어를 좋아할 뿐이다. 진지하지만 심각하진 않다. 예전에는 너무 심각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