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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론] 볼테르 - 종교가 아니라 종교를 믿는 자들의 불관용이 문제다

lovegood 2022. 9. 1. 11:25

관용론
볼테르 지음
송기형.임미경 옮김
한길사


근대는 종교의 미신을 벗어나 이성의 시대를 열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종교 분쟁이 일어났다. 거기에는 용서가 아니라 복수만이 있었다. 그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는, 핵무기가 무서웠지 종교가 무섭진 않았다, 무신론자건 유신론자건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종교가 왜 이리 폭력적인가? 이게 말이 되나?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종교가 가장 무섭다니, 어이가 없다. 종교 자체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그 많은 종교를 다 훑어 볼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설령 다 살펴 보았다고 하더라고 종교는 종교일 뿐이라는 대답이 나올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뭐가 문제일까?

그러다가 우연히 볼테르의 [관용론]을 읽었다. 이 책에는 어처구니없는 사건 하나를 다룬다. 장 칼라스 사건이다. 사건의 자세한 건 생략한다. 그 부조리가 왜 일어났나 보니까, 자기가 믿는 종교만 옳고 다른 종교를 믿는 자는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그럴듯한 거짓말 때문이었다.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 버리고는 사람 하나 간단하게 죽여 버린 거였다. 나중에야 진실이 밝혀져 억울함을 풀긴 했다. 허나, 그들이 죽인 사람은 살아나지 못했다.

종교는 그 교리 대부분이 관용이다. 용서하라. 사랑하라. 싸우지 마라. 볼테르는 성경을 샅샅이 찾아서 불관용과 관용이 동시에 있다는 걸 보여 준다. 그 불관용은 타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에 대한 불관용이다. 결국, 문제는 종교를 믿는 사람인 것이다. 종교를 악용하여 정치적으로 써먹는 사람들과 무조건 아무 생각 없이 믿어 버리는 광신도들. 그들이 행하는 불관용이 문제인 것이다.

로마의 기독교 박해는 주로 종교 박해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어기는 자들에게 행한 법적 제재였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교리에 따라 로마의 법을 어겼던 것이다. 자, 왜 그렇게도 많은 종교 전쟁이 있었는가. 그건 정치꾼들한테 이용당한 것이다. 권력자들은 최대한 자신의 권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적이 필요했으니, 우리 편 아니면 무조건 이단을 몰고 보는 것이다. 그래야 돈과 권력이 따라오니까. 여기에 무기를 더하니, 곧 전쟁이 터져 나온다.

최근 종교, 특히 기독교 비난은 겨냥을 제대로 해야 한다. 기독교는 사랑을 가르친다.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종교를 믿는 자들의 어리석음이 문제다. 소위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판단해서 믿으라는 것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란 말이다. 거기에는 자기 이익을 위한 더럽디 더러운 선전물로 가득할 것이다. 신의 말씀이라며 달콤하게 사탕발림을 해 놓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신의 은총이 아니라 돈과 권력이다.

진정한 종교인들의 거룩한 행위는 자기 희생과 타인 용서였다. 진짜 종교인은 타인의 고통에 눈물을 흘리지, 결코 타인의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 자살과 테러는 사람의 가장 과격한 자기 주장이다. 더 이상 화해할 수 없을 때 최후에 선택한다. 그렇게까지 몰아간 것은 과연 누구인가. 종교 지도자들을 의심해 보라. 성전이라며 신의 뜻이라며 당신을 죽음으로 모는 그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믿었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의심해 보라. 종교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 보란 말이다. 거기에 얼마나 더러운 욕망이 덕지덕지 묻었는지를 똑똑히 보란 말이다.

당신이 정말 종교인이라면 정말 싸워야 할 대상은 자신이 믿는 종교를 거부하거나 믿지 않으려 하는 자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그토록 따르는 종교 지도자와 바로 자신이다. 싸우라고 돈 내라고 하는 그 자들. 용서가 아니라 복수를 하려는 자들이다. 그 어떤 종교인이건 자기가 저지르려는 폭력을 신의 이름으로 치장하지 마라. 그런 일이이야말로 신성 모독이다. 저주는 바로 그런 자들한테 내려야 한다. 천벌은 종교를 믿지 않으려는 자가 아닌 타락한 자에게 내려야 한다.

파스칼도 볼테르도 우리가 고작해야 이 우주에서 티끌처럼 미약한 존재임을 인정했다. 그 외 많은 신앙 고백이 그러했다. 그들은 기도했다. 우리의 불완전함과 어리석음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사랑과 용서로 신의 뜻을 따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