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도해자 옮김

열린책들 펴냄

 

옮긴이 도해자의 해설에 따르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운문이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산문이 10퍼센트를 차지한다."(189쪽). 셰익스피어 희곡은 오늘날 희곡과 달리 운문은 많다.

 

번역된 시에서는 운율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운을 맞춰 번역하기가 어려우니, 사실상 산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읽는 재미가 반은 이미 깎인 셈. 그래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음담패설 대사가 나온다. 남녀 거시기와 그 거시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상기시키는 대사가 유모와 머큐쇼한테서 계속 나온다. 주인공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이런 말을 서슴없이 대놓고 한다.

 

읽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하나, 로미오는 줄리엣 이전에 로절린을 사랑하고 있었다. 참고로 극중에 로절린은 언급만 될 뿐 등장해서 대사를 하진 않는다. 둘, 로미오는 검술의 대가다. 셋, 로미오의 엄마는 아들의 추방에 슬퍼하다 죽는다.

 

남녀 사랑 이야기의 재미를 고조시키는 것은 역시 장애물이다. 두 집안의 반목은 두 사람의 사랑에 긴장감을 높인다. 사랑의 방해물이나 방해꾼이 없는 사랑 이야기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둘이 사랑해서 아무리 방해를 받지 않고 결혼했다. 끝.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 이야기는 왜 해피엔딩이 안 되나? 자, 당신이 이 이야기의 작가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둘이 도피해서 잘먹고 잘살았다로 결말을 냈다고 해 보자. 어떤가? 심심하다. 믿기 힘들다. 이야기를 완결하지 못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야기에서 죽음은 단호하고 확실한 결말이다. 사랑 이야기의 결말은 대개 결혼이거나 죽음이다. 결혼 이후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아무래도 죽음으로 결말을 내야 한다. 안 그러면 뭔가 밍밍하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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