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노승희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펴냄



그 유명한 '햄릿'을 이제서야 읽었다. 그토록 자주 인용되어 자주 들었던 말이 여기에 있었다. 가장 유명한 "샤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부터 햄릿에 나오는 문장인지도 모르고 있었던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까지 철학적이고 주옥같은 말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셰익스피어의 언어 표현력이 놀랍다. 한 사람이 이토록 다채롭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음란하고 멍청한 말에서부터 인간 존재의 심연을 파고드는 철학적인 말까지 '햄릿', 이 한 작품에서 모두 볼 수 있다.

현란한 말 잔치에 비해 이야기의 끝은 하탈했다. 어차피 죽음을 예견하고 출발했고 그렇게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운명이긴 하다만, 주인공을 비롯해서 주요 인물들이 모조리 죽어버리는 이야기라니. 뭔가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더는 없었다. 모두 죽었고 남은 것은 침묵이다.

유령으로 시작하니까,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탓에 반전 트릭이 있을 줄 알고 작중 인물들 중 누가 꾸며낸 줄로 알았더니, 진짜 유령이다. 이야기는 복수를 향해 직진한다. 그것은 운명이며 비극이고 진실이다. 죽음만이 끝이다.

'햄릿'의 기교는 주인공 햄릿의 미친 척하면서 진실을 말하기와 연극을 공연하면서 진실을 보여주기에 있다. 햄릿이 직설적으로 진실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요즘처럼 타락한 세상에서는 미덕이 악덕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고 악덕에 이롭게 할 때조차 무릎을 굽혀 허락을 구해야 하는 판이죠." 그런 세상에서 진실은 미치광이의 횡설수설과 연극적인 대사 속에 숨어 있다가 비수처럼 악인에게 날아든다.

극 중 내내 암살의 그림자와 모략의 안개가 짙게 깔리지만, 그 와중에도 유쾌하고 우스꽝스러운 대사가 나온다. 햄릿이 무덤 파는 광대와 하는 대화는 죽음 앞에서 추는 춤이다. 햄릿은 신분의 고하를 떠나 결국 다 흙으로 돌아가는 진실 앞에서 웃음 짓는다. 그리고 파국을 맞이한다.

'햄릿'은 살인과 자살이 난무하는 와중에 펼쳐치는 인생 철학 극장이다. '연극 속 연극'이라는 장치로 기묘한 효과를 거둔다.

햄릿의 비극이 전면에 부각되고 오필리어의 비극이 후광으로 빛난다. 주인공 햄릿보다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는 것은 오필리어다. 햄릿은 명백하게 드러난 이야기의 진행 구조에 따라 정해진 운명의 길을 따라가지만, 오필리어는 갑작스럽게 비극에 처한다. 비극의 아름다움은 주인공 햄릿이 아니리 주인공을 사랑한 여자 오필리어가 완성한다.

2015.3.9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열린책들 펴냄

펭귄으로 두 번, 열린책들로 한 번, 그렇게 총 세 번 읽었다.

기독교 신앙 표방과 음담패설은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매번 나온다. 특히, 여자의 순결에 대한 강박관념 내지 강요.

이번에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 집필 당시 극작가 본인의 상황과 경험담을 작품 안에 써 넣었다. 햄릿이 연극하는 사람들을 불러다 공연을 시키면서 이런저런 지시와 행동을 하는데, 이는 셰익스피어 자신의 모습이다.

말장난과 상징과 은유를 많이 구사하고 있어, 번역서건 원서건 주석은 필수다.

2015.5.26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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