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4년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다. 그래서 4대 비극을 펭귄클래식코리아와 민음사에서 특별히 따로 내놓았다. 더 특별히 만든 쪽은 펭귄클래식코리아다. 민음사는 기본 판본을 그대로 묶어 파는 선이었지만, 펭귄은 기존 검정 판본보다 더 작게 더 간결하게 문고판 형태로 만들었다. 

펭귄북스를 택했다. 번역과 판형에서 펭귄클래식코리아가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더구나 이번 오리지널 디자인 특별판은 한 손 크기에다 가볍다. 각 권 해설을 빼서 '4대 비극의 탄생과 숨겨진 의미'라는 별책으로 따로 묶어 놓았다. 

4대 비극 중에 뭐부터 읽을까. 가장 얇은 '맥베스'를 택했다.

맥베스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간의 심리와 운명을 다룬다. 이야기는 흔한 배신이지만 셰익스피어는 어마어마한 언어 구사력을 발휘하여 왕위 찬탈자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해낸다.

셰익스피어는 운명적 사건에 처한 개성이 강한 인물을 그린다.

장차 왕이 될 거라는 세 마녀의 예언적 속삭임에 맥베스는 권력욕에 사로잡힌다. 허나, 그에게는 음모를 꾸며 실행할 자질이 없다. 여기에 그 유명한 '맥베스 부인'이 등장한다. 부인은 우유부단한 남편을 꼬셔서 덩컨 왕을 죽이게 하고 교활하게도 왕 시해를 두 시종에게 덮어씌운다.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은 왕권을 잡긴 했으나 불안하다. 마녀의 신탁에는 뱅코우의 자손들이 왕이 될 거라고 했다. 단지 자신만이 왕이 되면 무슨 소용인가. 자객을 동원해서 뱅코우를 처리한다. 허나, 맥베스와 멕베스 부인은 죄책감과 주변 세력의 견제에 시달리다 최후를 맞는다.

셰익스피어는 사건 전개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해당 인물에 공감하도록 한다.

맥베스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읊조리는 대사는 삶에 대한 성찰이다.

껴저라, 껴져라, 짧은 촛불아!
인생이란 그저 걸어다는 그림자일 뿐,

무대 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우쭐대고 걸으며

투덜거리지만, 곧바로 잊히는 가련한 배우. 

- 164쪽, 펭귄클래식코리아 오리지널 디자인 특별판 2014년 초판 1쇄

작품 해설은 열린책들이 좋았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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