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을 끝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모두 읽었다. 고전이라는 게 그렇듯 시대와 공간의 차이에서 오는 비호감과 이해 불가능을 뚫고 인간 본연의 감정과 지성을 잘 표현해낸다. 셰익스피어가 계속 인용되며 계속 팬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래서다. 특히, 그 불멸의 대사들은 여전히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리어 왕'에 나오는 대사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자 누구인가?"다. 번역본마다 약간 다르긴 하다. 1막 4장 후반부쯤에 나온다. 펭귄클래식코리아 번역은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이 아무도 없느냐"(54쪽)다.

리어 왕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가 미쳤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노망이 든 왕은 아부하는 딸 둘에게는 권력을 주고 정직한 딸 코딜리어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국외로 내쫓아 버린다. 효심 없는 두 딸은 권력 없고 자꾸만 미친 소리만 해대는 왕을 박대한다. 이 와중에 서자 출신 에드먼드는 권력을 잡을 음모를 꾸미고, 충성스러운 신하 켄트 백작은 계속 리어 왕을 모신다.

높은 신분들의 칼부림 속에서 용감하게도 정의를 실현하는 '하인 1'이 '리어 왕'의 진짜 주인공이다. 3막 거의 끝 부분에 나온다. 보면, 정정당당한 자기방어다. 나쁜 놈 콘월 공작이 하인 주제에 바른 말을 한다고 칼을 뽑아 다가오자 우리의 용사 '하인 1'은 칼을 뽑아 콘월에게 부상을 입히고 또 다른 나쁜 놈 리건에게 칼에 찔려 최후를 맞는다. 하인 1은 국가적 영웅이다. 국립묘지에 안치하라!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대개 그렇듯, '리어 왕'도 거의 몰살에 가까운 결말에 이른다. 극 마지막에 가면 거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자살하거나 살해당한다.

 

 

Posted by 러브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