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읽었거나 들었던 고전을 어른이 되서 편집되지 않은 원본을 확인하면 종종 놀랄 때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도 그랬다. 기독교인과 유대인으로 편을 가른 후에 일방적으로 유대인을 욕하는 이야기라니. 셜록 홈즈가 마약을 하는 것만큼이나 충격이다.

작가 집필 당시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였겠지.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과장해서 표현된 기독교인 천국/선인, 유대인 지옥/악인이다.

게다가 후반부에 지저분한 군더더기를 붙이는 것은 또 뭔가? '맥베스'를 쓴 사람이 이렇게 쓴다고? 문체로 봐서는 같은 사람이 맞다. 비극이 아니라 희극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도가 심했다. 금은납 상자에, 살 점 베는 계약서에, 반지까지 별별 플롯을 줄줄이 달아놓았다. 재미있으라고? 유치하다.

악인 골탕먹이기 이야기로 유쾌하고 즐거운 희곡으로만 기억했었던, '베니스의 상인'은 지배이데올로기 선전물이었다.

최악이다.

2015.01.02

 

 
베니스의 상인(펭귄클래식 140)
영국 국립 극장에서 사용하고 추천하는 펭귄클래식의 『베니스의 상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가운데 가장 많이 각색된 작품으로 다채로운 인물과 열린 구조로 넓고 보편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흑백 논리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과 세상살이를 이야기한 이 작품의 판본에 대한 설명을 수록하고 관련 석학들의 심도 있는 해설과 주해, 공연사를 수록하여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우울한 기질의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절친한 친구 밧사니오가 벨몬트의 부유한 상속녀 포샤에게 청혼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평소 개라고 부르며 무시하던 유대인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이에 샤일록은 조건 한 가지를 제시한다.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하면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는 것이다. 갚지 못할 리 없다고 자신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안토니오는 전 재산을 잃고 날카로운 칼 앞에 심장을 드러낼 위기에 처하는데…….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출판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일
2014.03.27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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