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읽었거나 들었던 고전을 어른이 되서 편집되지 않은 원본을 확인하면 종종 놀랄 때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도 그랬다. 기독교인과 유대인으로 편을 가른 후에 일방적으로 유대인을 욕하는 이야기라니. 셜록 홈즈가 마약을 하는 것만큼이나 충격이다.
작가 집필 당시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였겠지.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과장해서 표현된 기독교인 천국/선인, 유대인 지옥/악인이다.
게다가 후반부에 지저분한 군더더기를 붙이는 것은 또 뭔가? '맥베스'를 쓴 사람이 이렇게 쓴다고? 문체로 봐서는 같은 사람이 맞다. 비극이 아니라 희극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도가 심했다. 금은납 상자에, 살 점 베는 계약서에, 반지까지 별별 플롯을 줄줄이 달아놓았다. 재미있으라고? 유치하다.
악인 골탕먹이기 이야기로 유쾌하고 즐거운 희곡으로만 기억했었던, '베니스의 상인'은 지배이데올로기 선전물이었다.
최악이다.
201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