뻬쩨르부르그 연대기 외 - 6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항재 옮김/열린책들
뻬쩨르부르그 연대기 외 - 열린책들 세계문학 128 - 6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항재 옮김/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읽기 #3 뻬쩨르부르그 연대기 외 - 몽상가의 심리

 

 

열린책들 세계문학 128번 '뻬째르부르그 연대기 외'에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작가 활동 초창기에 쓴 중단편소설 3편(쁘로하르친 씨,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 여주인)과 신문 기고 칼럼 1편(뻬쩨르부르그 연대기 )이 있다.

 

이 책에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 독자 서평이 하나도 안 달렸다. 종이책으로 구입했는데, 2010년 1쇄다. 그만큼 그다지 대중적인 선호가 없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도스토예프스키 팬이라면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 꼭 읽어 볼 책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그리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소설은 분명 아니다. 기대 수준은 낮추고 나중에 나올 작품의 떡잎을 보는 기분으로 읽는 것이 좋겠다.

 

 

 

 

- 단편소설 '쁘로하르친 씨'

 

수전노 이야기다. 도선생은 이야기의 소재를 신문 사회면에 실리는 사건 사고에서 찾았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창작해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가져다가 픽션으로 가공한 것이다.

 

딱히 별다르거나 유별날 것은 없지만, 주정뱅이 가난뱅이 하급 공무원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의 다른 유명한 작품에서 반복되는 유형이다. 다만, 이 소설 '쁘로하르친에서 겉으로는 거지나 다름이 없었으나 돈을 악착같이 모은 사람을 얘기한다.

 

역시나 열광적이고 광기에 어린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 짧은 소설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서간체 소설이다. 초반에는 그저그런 알상의 짜증과 다툼으로 보이는데, 후반에 반전을 아주 당돌하게 때린다. 웃기면서 놀랍다고나 할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단숨에 빨리 써내려 간 것으로 보인다. 하룻밤 만에 썼다고 알려져 있다. 분량도 그리 길지 않다. 아홉 통의 짧은 편지 분량이니까.

 

이 작품을 발표하고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하는데, 도 선생한테는 맨날 진지한 것만 기대해서 그런 듯하다.

 

유쾌하고 웃기는 소설이다.

 

이야기 끝을 읽고나면 이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야 하고서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 보는 재미가 있다.

 

 

- 신문 기고 칼럼 '뻬쩨르부르그 연대기'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수필은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다시 또 이런 일은 없을 듯하다.

 

러시아에서 나온 도 선생 전집에도 이 칼럼을 실려 있지 않단다. 열린책들 편집부에서 용케 구해서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 번역되는 거라고. 항상 이 처음이라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진짜 처음인지는 이전 출판물을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뻬쩨르부르그의 일상과 풍경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냈다. 도시 자체를 주인공으로 해서 묘사하고 서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거의 끝에 나오는 '몽상가'에 대한 분석과 비평 글은 놀라웠다. 흥미롭게 읽었다. 몽상가의 심리를 양날검처럼 장단점을 모두 묘파한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종종 천재 작가로 부르는 이유는 그래서다. 심리 분석 묘사의 달인이다.

 

 

- 중편소설 '여주인'

 

초중반까지만 해도 주인공 오르디노프는 '죄와 벌'의 로쟈를 닮아서 흥미롭게 읽어갔으나 후반부에서는 이게 뭐야 싶었다. 허기야 '죄와 벌'도 마지막 마무리가 다소 허탈한 감이 없진 않았다.

 

삼각관계 사랑 이야기인가 싶더니 끝은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흐지부지다. 그동안 등장인물이 했던 말의 진위와 정체를 도저히 알 수 없게 해버렸다.

 

이 오르디노프는 몽상가 캐릭터 유형인데, 이후 작품에 외국의 허구적 몽상적 사상에 취한 자로 종종 등장한다.

 

오르디노프가 교회 역사에 대한 논문을 썼다고 하는데, 이 구체적인 내용은 만년 최후의 대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쓴 것으로 나오게 된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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