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또츠까 네즈바노바 - 10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재만 옮김/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읽기 #5 네또츠까 네즈바노바 - 괴팍한 예술가의 비극

 

 

미완성 작품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완결성이 있어서 읽기 불편하진 않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2부로 계획했으나 1부만 쓰고 만 것처럼,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도 그런 형국이 되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그려놓고 정작 핵심이나 본격적인 전개인 주인공의 활약 시기는 이야기하지 않은 모양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미완성이 된 이유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사망했기 때문이었고,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를 완성하지 못한 이유는 창작 도중에 체포로 시베리아 유형 감옥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본래는 3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를 뭉쳐서 여러 개의 장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번역문에서도 독립된 세 개의 이야기가 아닌 세 가지 이야기가 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온다.

 

아마도 전체 큰 틀은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그리고자 했던 것 같다. 이야기는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공부하는 시긴에서 멈춰 버렸지만.

 

도 선생의 소설에서 예술가를 진지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라, 흥미롭다. 본인이 문학 예술가로서의 하소연과 성찰을 보여준다. 비록 소설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에서는 소설가 아니라 음악가를 다루고 있지만,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어려움은 거의 똑같이 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로 일약 성공한 예술가가 되었지만, 이후 작품은 별다른 호응도 평가도 못 받게 되었다. 연예인으로 치자면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다가 이제는 사람들이 별로 주목해 주지 않는 것이었다.

 

여자 주인공 네또츠까는 1인칭 주인공 시점 화자로 자신의 계부 예피모프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예피모프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음악가 바이올린 연주자였는데, 지나친 시기심과 자기 재능에 대한 광기적 집착으로 몰락하는 인물이다. 

 

예술가 예피모프를 비극적 낭만주의로 그려서 결말을 맺어 놓았지만, 이야기 과정 중에서 하는 여러 말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입에서 나온 고백이라 해도 좋을 만큼 현실적이다. 열린책들 번역본의 주석에 있는, 작가가 쓴 편지 글을 읽어 보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괴팍한 예술가는 질투에 사로잡혀 재능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자존심만 지켜려다가 현실의 가난과 고독에 매몰되어 버린다. 그런 그에게 위로하듯 충고하는, 에피모프의 재능을 아는 B가 이런 말을 한다. "아직은 아무도 자네를 필요로 하지 않고 아무도 자네를 알고 싶어하지 않네. 세상이란 그런 거야. 하지만 그다려 보게나, 사람들이 자네의 천부적 재능을 알게 될 날이 올 걸세." 27쪽

 

자기 성찰 같은 인상을 주는 대목. "아마도 재능을 잃어버린 이 불행한 사람은 모든 실패, 모든 불행을 전가할 외부적인 이유를 찾는 것 같았다." 33쪽

 

3장까지는 이 불운한, 재능 있는 바이올린 연주자 이야기다. 

 

이후 4장부터는 고아가 된 네또츠까가 공작의 집에서 키워지면서 만나게 된 공작의 딸 까쨔와의 사랑 이야기다.

 

도 선생 소설의 캐릭터는 대개 광기에 어린 인물이다. 예피모프는 자신의 예술적 광기에 파멸되는 인물인데, 그런 아버지와 생활했었던 네또츠까는 그와 비슷한 열병 같은 정신적 광기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두 소녀의 사랑은 평범한 우정의 수준이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미쳐버린 광란의 수준이다.

 

이 사랑은 이별로 끝을 맺고 6장부터는 새로운 집으로 입양되면서 겪게 된 일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네또츠까는 양어머니와는 선생님이자 학우열에 불파는 동지로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다. 그런데 이야기의 초점은 양어머니와 양아버지 사이의 첨예하고 갈등적 사랑이다. 

 

주인공 네또츠까가 우연히 서재의 책에서 연애편지 한 통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 적힌 글에서 양어머니한테 격정적 사랑을 고백하고 이별한 남자 S. O를 알게 된다.

 

결국 이야기는 이 편지가 양아버지한테 발각됨으로써 파국을 맞는다. 그러면서 양아버지 보좌를 하던 오브로프가 네또츠까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더는 진행되지 못한다.

 

이 남자 오브로프와 네또츠까의 사랑이 전개되고 헤어졌던 까쟈와의 만남이 있을 것이고 네또츠까의 음악 예술가로서의 활동과 활약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을 미완성으로 남겨둔다.

 

도 선생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욕당한 자존심'은 이 소설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에도 나온다. 상처받은 자존심, 수치심, 모욕감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주된 감정이다. 그리고 그의 글에 중독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글을 읽고 있으면 감정적 고양 상태에 이르게 된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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