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꿈 - 6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종소 옮김/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읽기 #6 아저씨의 꿈 - 결혼 풍자 코미디


'아저씨의 꿈'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시베리아 감옥을 나온 후에 처음 쓴 소설이다.

풍자 희극을 표명한 소설이다. 소설 내에서 아예 "이건 코미디로군요."(216쪽) 하고 말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행동은 익살맞게 나온다.

산송장이라 할 수 있는 늙은 공작의 모습 묘사는 압권이다. 재산이 많고 신분이 높으나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온갖 것을 혼동해서 말한다. 거의 모든 것들을 가짜로 치장하고 다닌다. 머리도 가짜고 수염도 가짜고 심지어 눈도 의안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공작한테 자신의 딸을 결혼시켜서 한몫 잡으려고 음모를 꾸미는 어머니. 돈 많고 명 짧은 남자한테 시집을 가서 몇 년 후 미망인이 되면 신분(공작 부인) 상승과 재산 획득(토지와 농노들)을 동시에 할 수 있으며 그 다음에는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딸을 설득한다.

이 음모를 엿들은 경쟁자(젊은 과부)가 가만 둘 리 없다. 방해 공작을 전개한다. 이 늙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공작을 친척 아저씨로 두고 있던 청년은 결정적인 반격을 가하는데... 제목이 결정적 힌트다.

도 선생은 이 소설 '아저씨의 꿈'으로 코미디를 쓸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동안 추락했던 인기도 끌어 올리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웃긴가? 그다지. 풍자소설 도전은 실패한 듯. 유머는 사람마다 취향이겠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표도르가 자신을 광대라고 자처하면서 하는 말과 행동은 진짜 웃겼다.

코미디의 실패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소설에서 모욕감을 자주 다루기 때문인 듯 보인다. 모욕하는 사람과 그 모욕을 당하는 사람이 그의 소설 대부분에 등장하는데, 풍자소설을 의도한 '아저씨의 꿈'에서조차 나온다. 그러지 않아도 딱히 웃기지 않은 판국에 웃음의 크기를 더 줄여버리는 꼴이 되었다. 더운물(모욕감)과 찬물(웃음)이 뒤섞인 모양새다.

희극이라면 13장에서 이야기를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도 선생은 14장부터 결혼 성사가 안 된 이후 이야기를 한다. 모욕감에 사로잡혀 꾸몄던 음모를 자백해버린다. 울부짖음이라니. 코미디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그런데 비극으로 치닫는다. 죽음, 죽음.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3년 후, 공작의 친척이었던 청년은 우연히 시장 부인의 생일 축하 무도회에서 그 모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반전이자 독자가 쓴웃음을 짓게 한다. 뒤틀린 코미디였다!

'아저씨의 꿈'은 전반적인 투가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때까지는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한 인물이 무대에 등장했다. 그러자 무대의 성격이 금세 변화되었다." 220쪽.

무대 공연을 위한 개작을 제안한 편지에, 작가 본인은 이렇게 답장한다. "이 작품은 가벼운 보드빌로 만들 수 있겠지만, 희극을 만들기에는 내용이 부족하며, 이 중편소설에서 유일하게 진지한 인물인 공작에게서도 내용은 부족합니다."(284쪽) 도 선생의 말로서는, 이 소설 집필 당시에 검열에 주눅이 들어서 온건하게 쓴 것이라고 한다.

도 선생은 이 "형편없는"(도스토예프스키의 자평이다.)" 소설부터 신문 사회 기사와 유형 생활에서 본 범죄자들을 소설에서 가져다 쓰기 시작한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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