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 6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변현태 옮김/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읽기 #7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 바보들의 합창


도스토예프스키 하면 후반기 걸작으로 잘 알려진 탓에 뭔가 다 철학적이고 기독교적인 사색으로 읽기 어려운 소설만 썼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감옥에서 나온 직후 쓴 소설은 의외로 코미디다. 가볍게 그냥 웃자고 쓴 거다.

'스뻬빤치코보 마을 사람들'은 작가가 독자를 웃기려고 작정을 하고 인물들을 모조리 과장해서 만들었다. 나는 별로 그렇게 크게 웃기진 않았다. 사람마다 웃음의 취향이 다르긴 하지.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해 보니, 모욕하고 모욕당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것 자체가 시원하게 웃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방해물이 된다. 분명히 캐릭터 자체와 그 등장인물이 하는 짓은 웃긴데도 마음껏 웃기가 좀처럼 되지 않았다. 재미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재미있다고 하긴 뭣하다.

아마도 다들 초반을 간신히 읽고서 이 소설 통독을 포기할 것 같다. 작가가 워낙 장황한 문체를 구사하는데다가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서 읽기 부담스럽다. 게다가 딱히 사건이랄 것도 별로 없으니 지루하지.

하지만 1부 후반을 넘기면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2부부터는 빠르게 읽혀진다.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1부를 읽어내면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부디 읽다가 책장을 덮지 마시라.

이 소설의 재미는 바보 캐릭터들의 엉뚱한 말과 황당한 행동(작중에서 정신병원 같다고 할 정도다. 그냥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괴상하다.)보다는 이중 삼중 사겹으로 얽힌 애정 사랑 결혼 잣대기와 놀라운 반전에 있다. 이 사건이 2부부터 본격적으로 나온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전체 분량의 삼 분의 이를 넘긴 후니까.

도 선생은 희극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소설에 양념으로 우스개를 넣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웃음을 최우선으로 쓴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삐걱거린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은 코미디와는 상극인가.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은 '아저씨의 꿈'보다는 캐릭터가 더 많고 웃긴 말과 행동도 더욱 추가되었다. 워낙 웃기는 캐릭터가 많아서 바보들의 합창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우스개의 연속 속에서 소설의 갈등이 모욕을 하고 모욕을 받는 것이라서, 이를 인식하면 긴장하게 되고 진지하게 사태의 추이를 보고자 하게 된다.

포마 포미치는 쥐뿔도 없는 사람인데도 퇴역 대령 예고르 집안을 꽉 잡고서 폭군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나치게 착한 예고르 아저씨는 포마를 숭배한다. 이 관계는 이 과정이 그다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어차피 그 관계의 시작부터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것이고, 캐릭터 속성으로 그리 되었다는 식이니까 넘어가자.

포마 포미치는 특이한 캐릭터다. 바보 성자 같지만 결국은 사기꾼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열광적으로 선을 추구한다. 자존심 끝판왕이면서 끝없이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모욕한다.

갈등 해소는 극적이다. 이런 반전을 예상한 독자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온갖 갈등과 고민 속에서 괴로워들 하는 사람들을 포마 포미치가 한 방에 해결해 버린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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