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외 - 6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혜경.심성보 옮김/열린책들
악어 외 - 열린책들 세계문학 131 - 10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혜경.심성보 옮김/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읽기 #11 악어 외 - 급진사상 조롱, 부르주아 비판

도스토예프스키 중단편집 '악외 외'에는 3편이 있다.


1. 악몽 같은 이야기

휴머니즘 운운하지만 개코도 실제로 하는 것은 없는 고위 관리가 우연히 하급 관리의 결혼식에 참석에서 온갖 추태를 부리고 민폐를 끼친다는 이야기다.

오늘날과 거의 똑같다. 직장 상사는 부하들한테 인간적이고 친구처럼 대하려고 하지만, 부하 입장에서는 그러는 게 피곤할 뿐이다. 부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지도 않고 페북 친구 신청하고 어서 승인하라고 닥달하고, 쉬는 날 카톡 보내서 업무 지시하고, 초대도 안 했는데 동료 직원들끼리 놀고 있는데 같이 놀자고 들이닥치고.

코미디 풍자소설인데, 도 선생은 이 장르에서는 별 다른 성과를 못 거둔다. 그래도 계속 시도하는 것은 보면 희극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듯. '아저씨의 꿈'과 '스쩨빠니꼬브 마을 사람들'처럼 결혼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그리고 웃기는 사람들이 나온다.

'악몽 같은 이야기', '아저씨의 꿈', '스쩨빤치꼬보 마음 사람들' 모두 말장난과 우스꽝스러운 일과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문제는 그게 전부고 이야기 자체는 대단히 허약하다는 점이다.


2.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유럽 여행기다. 그런데 당시 유럽 문명 비판이 워낙 많이 차지해서 여행기라기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62년 6월 7일부터 처음으로 외국 여행을 시작했다. 베를린, 드레스덴, 프랑크푸르트, 퀼른, 파리, 런던, 스위스, 이탈리아 등.

맨 앞 부분에 나오는 스파이 이야기, 외국인 감시 이야기는 소설 같다.

당시에 아내 구타는 흔했던 모양이다. "노동자들이나 대체로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결혼식은 거의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이유는 교회 의식에 따라 결혼식을 올리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결혼을 한 남편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의 아내를 무섭게 구타하고, 죽어라고 때려서 불구로 만든다."(162쪽)

당시 유럽의 여러 사상을 자근자근 씹어준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박애주의, 공산주의.

자유, 평등, 박애라는 허울 좋은 말 뒤에 숨은 실상을 하나씩 까댄다. "단지 웅변이 있을 뿐 그 이상의 아무 일도 없으며, 말, 말, 말들만이 있을 뿐, 이 말들로부터 결정적인 아무 결론도 나오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그들은 매우 잘 알고 있다."(189쪽)

부르주아 비판이 가장 거세게 나온다. "당신들에게 돈만 있으면 아무리 놀라운 일이라도 허용이 된다."(168쪽) 오늘이라고 별다른가. 하는 짓은 똑같다. "부르주아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돈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이고 인간의 의무라고 솔직히 선언하면서도 가장 고귀한 가문인 것처럼 행동하기를 지독히도 좋아한다."(168쪽)


3. 악어

도스토예프스키는 당시 진보급진사상가들과 불화가 심했다.

소설 '악어'는 급진 사상가 체르니셰프스키를 대놓고 풍자하고 공격한다. 노골적이다. 사람이 악어한테 산 채로 잡아 먹히고 그 안에서 산다. 그리고 이어지는 헛소리와 풍자와 우스개.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키는 일종의 공상적 사회주의자였다. 미래의 완벽한 공동체 유토피아를 설계하고 급진적 혁명으로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성적 합리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이상주의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죠.

도 선생은 체르니셰프스키에 대한 조롱을 이 작품으로 멈추지 않고 '죄와 벌'에서도 또 한다. 하지만 '악어'처럼 대놓고 조악하게 하진 않는다.

연재하던 잡지가 폐간되면서, 이 허접한 소설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풍자 유머 소설로는 영 실력이 없는 편이다. 간단한 농담이나 우스개 정도는 괜찮지만.

Posted by 러브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