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꾼 - 4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열린책들
노름꾼 - 열린책들 세계문학 097 - 4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읽기 #12 노름꾼 - 도박중독자의 수기

소설 '노름꾼'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급하게 빨리 써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27일 만에 썼다고 하는데, 이게 빨리 써낸 것인지는 기준 나름이겠다. 구상은 예전부터 했었고 실제 집필만 그렇게 걸렸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도 선생은 전업작가로 글을 써서 먹고살아야 했다. 딱히 돈 걱정 없이 태평하게 심심풀이 취미로 소설을 써도 되는 톨 모 씨와는 작업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당장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을 최대한 빨리 많이 써야했다. 게다가 도박으로 빚에 쪼들리는 신세라면, 더욱 더 그러했다.

실제로 도박 중독에 걸렸던 소설가의 체험 수기 같은 소설 '노름꾼'은 제목처럼 딱 그만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수기 회고 형식이다. 도박으로 돈을 왕창 벌거나 졸딱 망해 버린 사람 이야기다. 별 다른 노력 없이 큰돈을 버는 도박. 그렇게 번 돈은 아주 쉽게 써버린다.

"이제 당신의 꿈과 절실한 희망이란 고작 홀수와 짝수, 검은색과 빨간색 그리고 가운데 열두 숫자들 같은 것들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어요."(253쪽)

이 소설을 쓴 후에도 도스토예프스키는 한동안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생 자체가 도박 같았던 사람이었다. 처음 쓴 소설로 문학 스타가 되고, 모임에서 편지 한 통 읽었다고 시베리아 감옥 유형 생활을 하게 되고, 도박 중독에 빠지고, 간질 증세로 군을 제대한다. 마지막 작품이 최고의 걸작으로 남는다.

어쩌면, 저술업도 결혼도 사업도 그 속성상 도박 비슷하다. 대박이 날 수도 쪽박이 날 수도 있다. 대개는 대박 가능성이 무척 적다. 소설 쓰기도, 결혼도, 사어도 결국 돈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 않은가. 노력 많이 안 하고 돈 벌려는 심리다.

이 다음 작품 '죄와 벌'도 그 살인이 일종의 도박 심리다. 가난에 쪼들린 청년이 단 한 번의 살인으로 현재의 궁핍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니까.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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