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더십
닐스 플레깅
흐름출판
2011.11.01.

읽는 내내 찔렸다. 직장생활하면서 하는 바보짓이 책에서 고스란히 줄줄이 비판된다. "그래 그래, 맞아 맞아." 통쾌하면서도 우울해졌다.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조직이 바뀌냐? 우리가 조직에 적응하는 거야."

직장의 자원(돈과 인력)을 자기 권력 추구로 이용하는 경우는 너무 흔해서 애써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소규모 회사는 그래도 권력이 분산될 거라 짐작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하다. 겉만 자유롭지 속은 대기업보다 더할 때도 있다. 절대로 직원한테 권한을 주지 않으며 경영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 시키는 일이나 잘 하셔.

직원은 결정권이 없다. "의견 있으면 말해 봐." 그렇다고 진심을 말하면 퇴사 5분 전이다. 말은 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니 말을 마라. 오직 사장님, 이사장님, 총장님, 대통령님의 결정과 생각에 우리들의 말과 행동을 끼워 맞출 뿐이다. "사람들은 그저 생계 유지와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주변 환경에 순응하고, 욕구를 최대한 누르며 자신을 감추려고 애쓴다."(44쪽)

반발하면 짤린다. 불황에 실업자 잉여인간 차고 넘치는 시대에 뭘 먹고 산단 말인가. 참고 참고 또 참으면 월급은 들어오며, 타협하고 타협하고 또 타협하면 인센티브는 나눠 먹을 수 있다. 성과를 내라, 목표를 초과 달성해라, 죄다들 입으로만 예 예 할 뿐 그렇게 생각하거나 행동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예전 시대에는, 그러니까 기업에서 영웅주의가 통할 때는, 다시 말해 회장님이 그야말로 초인처럼 일을 해내며 여러 지시를 쏟아내고 직원들은 명령에 따라 일하기 바쁜 시절에는 권력형 리더십이 통했다. 그때는 이 방식을 직원들도 좋아했다. 하면 되는 시대였다.

이젠 아니다. 되면 할까 말까 망설이는 시대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가 되자 계획과 통제는 힘을 잃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경영을 버려라. 이 책의 대답이다. "경영이 사라진 기업에서는 모든 것의 시작은 '사람'"(37쪽)이다. 인본주의 경영을 내세우는 분위기다.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단순하다. 문제에 가장 가까이는 있는 사람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빌딩 꼭대기 넓다란 회장실에 홀로 앉아 전화나 문서로 보고를 받고 지시해서는 요즘처럼 복잡하고 다양하며 변화가 심한 시대에 효과가 적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전 직원이 참여한다."(24쪽) 미쳤냐? 우리 회사는 구글이 아니야. 직원한테 경영권이 있다면 주주와 최고경영자는 왜 있는 거야? 글쓴이 스스로도 이를 "급진적인 생각"(25쪽)이라고 말한다. 허나, 더 좋은 방법이 없다. 결정권을 계속 윗사람들만 쥐고서 안 놓으면 아랫것들은 형식적으로 보고하고 막연하게 해결책을 제시해서 결재나 받으려고 하지, 근본적인 문제와 효과적인 전략을 얘기하지 않는다.

현장, 시장, 고객에 초점을 맞추면 변화에 적응하기 쉽다. 당연하게도 자연스럽게 변한다. 일일계획, 월간계획, 3주년 계획, 10주년 계획, 마스터플랜 따위는 참새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고 뻘줌하게 세운 '허수아비'일 뿐이다. "지시나 계획으로 변화를 실현할 수 없다. 변화는 연출할 수 없는 것이다."(209쪽)

일을 시키지 마라. 일을 기끼어 하게 만들어라. 의미접속의 원리를 이용하라. "사람들은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성과를 거두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 (57쪽) "기업의 핵심은 돈이 아니다. 의미를 돈으로 대체하는 순간 의미와 더불어 기업의 존재 이유도 증발해버린다."(155쪽)

직원들이 결정권을 갖는다면, 리더는 뭘 하나? 노나?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주파수를 마련해주고 공명을 얻어내는 일"(116쪽)을 한다. 시장의 요구를 체감할 수 있도록 조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주된 임무는 철저하게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119쪽)이다.

닐스 플레깅의 주장은 단순하다. 그가 권하는 방법은 돈 한 푼도 안 든다. 전 직원이 함께 편지를 쓰란다. 이 편지에는 기업의 목적인 사회적 기여와 기업 정체성과 관련된 가치들이 담긴다. 이렇게 해서 변화의 결정권을 직원들이 갖게 한다.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서 책임감을 일깨워 주란다.

의미를 찾아라.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받았습니다.

Posted by 러브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