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 다니엘 레티히
지식갤러리
2012.09.03.

이 책은 '심리학 법칙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신문 기사와 논문, 각종 책에서 언급되는 거의 모든 심리 법칙을 123개나 설명해 놓았다. 기사를 읽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 무슨무슨 법칙이나 무슨무슨 효과라는 말이 나오거든, 이 책을 펴 보라. 웬만한 것은 여기 다 있다.

11가지 상황에 따라 각 장으로 묶어서 정리했다. 장 끝에는 각 이론을 간략히 정의했다. 독일인다운 깔끔한 정리정돈식 책 구성이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는 사람이 있으려나. 말리고 싶다. 그렇게 읽을 수 있겠으나 500여 쪽이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는 소설책이 아니니까, 자신의 흥미에 따라 골라 읽으면 된다.

나의 흥미는 사랑이므로 3장에서 내가 몰랐던 심리학 법칙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미켈란젤로 효과: 이탈리아의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한 말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예술가가 돌덩이에 갇힌 이상적인 몸매를 본격적으로 해방시켜주는 과정이 바로 조각이다."(114쪽) 드리고타스는 이를 인간관계에 적용하여, 파트너가 서로에게 마치 조각가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원대한 꿈을 품고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나 연인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114쪽) 그러니까 결혼은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기꺼이 더 좋은 사람으로 조각하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장점을 키우게 다듬어 자신의 이상형으로 만들려고 든다는 것이다.

문득,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의 사랑이 떠오른다. 온달을 훌륭하게 조각한 평강공주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다.

베스테르마르크 효과: "어린 시절을 함께 자란 남녀가 서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이른 시기에 결혼을 약속하고 혼인해도 실패로 돌아가는 사례가 빈번하다."(132쪽)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탓인지, 이 효과는 처음에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스라엘 집단농장 키부츠의 관계구조 연구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키부츠 출신과 결혼한 부부는 한 쌍도 없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왜 그런지 설명이 없다. 내 생각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 서로 너무 잘 아니니까 이성으로 보인다기보다는 친구로 보이는 것이겠지.

쿨리지 효과: "남성은 가끔씩 파트너를 새로 바꿀 때 성적 에너지가 강화된다. 바로 도파민 호르몬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132쪽) 남자 바람 피우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론처럼 보인다. 쥐 실험 결과까지 보여준다. 생화학적으로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덧붙여, 남성의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배우자에게 충실하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2010년 발표된, 가나자와 사토시의 연구논문이다. 글쓴이는 "가나자와는 여성의 일부일처제와 지능지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발견하지 못했다."(131쪽) 살짝 덧붙이며 글을 맺었다. 은근히 웃긴다.

그 유명한 '1만 시간의 법칙'도 나온다. "당신은 굳이 1만 시간이라는 마법의 경계선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시종일관 확고하게, 시간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끈기, 강한 의지, 집요한 태도가 꼭 필요하다."(427쪽)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멋진 인생을 잘 설명했다. "어떤 동기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요?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습니다."(428쪽)

사랑이 있어야 정말 제대로 사는 삶이다.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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