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e
EBS 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13.05.03.

우리는 지식에 대한 정의와 그 활용을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 학창시절 내내 지식이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암기해야 할 정보였고 어른이 되면 별 쓸모도 없는 이상으로 전락한다. 지식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으며 그저 침묵한 채 세상에 적응해서 살아가기 버겁다.

그런 우리에게 EBS의 지식 e 5분 동영상은 강렬한 충격이었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지식이 얼마나 놀라운 힘으로 응축되어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희망이자 변화이며 인류의 생존이라고 자각하려면 지식을 시공간의 제한 없이 하나의 맥락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 오늘의 사건과 연결되며, 먼 나라의 사례가 우리나라의 상황과 유사하다.

EBS의 지식 e 시리즈는 별종이다. 지식의 종횡무진으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시사 다큐와 인문학, 과학, 인터뷰, 전기문을 혼합시켜 지식의 그물망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연관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데 모아서 하나의 시선을 보여준다.

역사의식이 왜 중요한지는 일상생활에 매몰되면 알 길이 없다. 트위터에서 좌파, 우파, 진보, 보수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정체성과 그 전 시대의 맥락을 알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는 드물다. 아주 가까운 과거조차 우리는 망각하고 살고 있다.

이 책 첫 부분에 한국 좌파의 최근 역사를 서술한다. 읽는 내내 찹찹했다. 먼지 쌓인, 20세기 좌파 역사가 에릭 홉스봄과 공산당 선언을 끄집어내어 독자의 코앞에 들이대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민중을 역사주체로 기록한 '역사적 유물론자' 에릭 홈스봄의 말은 좌파의 무기력을 완전히 없애진 못할지라도 시작점을 마련해준다.

여기에 홈스봄이 좋아했다는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한 구절을 덧붙였다. 지옥을 견디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옥의 일부가 된다. 이건 쉬운 길이다. 지옥의 한복판에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낸다. 이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좌파의 길은 후자다.

지금 여기 우리의 어둠이 있더라도 희망을 위해서는 무작정 열심히 잘할 것이 아니라 희망의 지식을 찾아 실천하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나는 이 지상에 파라다이스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간단한지 보여주고 싶었다. 혼자 꿈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며, 그것은 새로운 출발이 된다." 훈데르트바서의 말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이 책이 모든 주제에 대해서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덤덤하게 어둠을 응시한 것도 있다. 조선족 근로자 문제, 자살, 고독사. 섣부른 대안보다는 문제의식이 먼저다. 2012년 2월 박정희 기념관 개관된 사실은 알겠지만, 공사비 220억 원 중 200억이 국고보조금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지식 e 시리즈는 난잡한 지식 묶음이다. 시즌 8은 나름 체계를 잡는다고 국민의 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 for the people 이라고 하면서 묶어 놓았지만 억지다.

그렇다면 이 책의 미덕은 무엇인가. 침체된 우리 현실에 불똥 하나를 던져주는 것이다. 현실에 순응하지 말고 현실을 바꿀 힘을 키우는 것에 대한 힌트 지식을 선사한다.

노년이 두려운가? 쉰다섯부터 무려 30년간 곤충 관찰 기록에 매달렸던 장 앙리 파브르를 보라. 사는 게 지겨운가?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사는 걸 거부하고 오직 재미로 살았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어떤가. "내가 하는 일이 물리학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는 중요치 않다. 문제는 그 일이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느냐다."

노숙자 문제는 결코 해결이 불가능한가? 사람은 누구나 변화의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다는 설립이념으로 사회에서 거부당한 사회취약계층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업이 있다. 미국의 파이오니어 휴먼 서비스. 이윤이 아닌 범죄자의 재활을 목적으로 하고도 2008년 총매출 6400만 달러를 거두었다.

이래저래 이 책이 잘 팔리고 많이 읽히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 지식을 늘린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니까.

※ 무료로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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