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길에서 걷고 있는 영혼을 만나다
리 G. 볼먼, 테런스 E. 딜
IGMbooks
2013.06.21.

책 제목하고 표지만 봐서는 리더십이 아니라 자기계발을 얘기하는 것 같다. 허기야 리더십도 크게 보면 자기계발이다. 당신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최상단의 자리에 있다면 말이다.

팀장급의 중간관리자 정도는 그냥 관리만 하면 된다. 리더십까지는 필요없다. 어차피 위의 지시를 아랫 사람들한테 전달해서 일 추진하기 바쁜 자리니까. 결정권은 없고 건의권(?)이 있다. 조직이 획기적으로 바뀌려면 제일 윗선인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 책은 스티브 캠던이라는 주인공을 가상으로 하나 만들어서 기존 기계적 리더십을 버리고 인간적인 리더십, 이 책의 표현에 따르면 '영혼의 리더십'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전개한 후 해설 형식으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 책에는 기계적 리더십이란 말도 인간적 리더십이란 말도 안 나온다. 내가 만든 말이다. 아니면 예전에 독서하면서 어디선가 들은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에는 이런 말이 안 나온다. 역자는 요즘 유행하는 힐링을 붙여서 '힐링 리더십'이라 이름 붙였다. 이 역시 책 본문에는 안 나오는 말이다. 힐링은 물질적 경쟁 추구의 반대 분위기를 표현하는 듯하다.

경영에 영혼이라니? 그만큼 현재 경영의 문제가 심각한 도덕 불감증과 비리부패로 썩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엘론, 월드컴, AIG, 매도프 등의 불법행위, BP의 기름유출 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일변의 비즈니스 스캔들은 이 비즈니스 리더들의 도덕적 해이와 근시안적인 시야를 드러냅니다."(19쪽)

언제 회사가 망할지 언제 자신이 퇴출될지 모르는 판국에 경제상황은 지독히도 빠르게 변하는 요즘에는 낡은 진리라고 여겨졌던 옛 인문학(철학, 종교, 역사, 문학) 지식이 경영에 흡수되고 있다. 리더십 책에 신비주의 철학자와 불교 선문답, 초기 기독교의 말씀, 수피교 우화, 힌두교 전설 등이 인용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 책의 공저자 두 명은 시대를 앞서 1995년에 처음 그런 식으로 책을 냈다. 책 표지에 10년 연속 스테디셀러는 그래서 탄생된 것이다.

직장생활에 영혼, 열정, 열의를 불어넣는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이미 아는 것이라서 실망했으나 역시 그것이 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리더십의 본질은 리더의 내면에 있어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그 무언가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이끌어야 해요."(41쪽) 내면의 힘, 영과 혼을 중시하게 되면 기존 리더십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리더로서는 대단히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변화할 수 없다.

"통제란 환상에 불과해요. 통제를 하면 마치 권력을 잡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죠. 통제는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중독이 되지요. 설사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 해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을 잡아두고 있는 습관을 떨쳐버리지 않으면 여행을 떠날 수 없어요."(51~52쪽) 통제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면 이제 양이 아니라 질을 추구하는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 시작점은 진실성이다. "진실성은 정체성과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체성과 믿음이야말로 진성성 있는 리더십의 핵심인 것입니다."(62쪽)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그동안 밖에만 신경을 쓰느라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아니 내면의 진실을 보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위험을 감수할 자세를 갖추었다면 다음 네 가지를 회사에 불어넣어야 한다. 1. 주인의식 2. 사랑 3. 힘(결정권) 4. 의의(가치) 이미 리더십 경영학 행정학 서적에서 지독히도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다.

지난 직장에서도 이 네 가지를 어떻게든 임직원에게 입력(?)하려는 최고경영자를 보아왔고 지금 직장에서도 보고 있다. 자기 욕심과 자기 생각에 갇혀서 진정성이 조직 구성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게다가 비윤리적인 모습까지 보이는데 도대체 누가 그 사람을 진심으로 따르겠는가. 자기 욕심 채우기 바쁜 리더와 당장 이익을 내야 하는 급박함 앞에서 직장은 지옥일 수밖에 없다. 영혼은 괴롭다.

영혼 리더십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네덜란드의 한 독자는 "영이 깃들어 있고 혼이 충만한 직장이라는 개념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처럼 아름다운 비전이 이처럼 힘든 세상에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246쪽)고 했다. 독자의 이런 회의적 반응에 대한 반증인 성공사례 나열은 구차한 변명으로 보인다. 몇몇 성공 사례로 일반화시키려는 욕심을 부린다.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 우리 회사가 구글처럼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책 사서 읽어 보고 도움이 될 것 같은 부분을 실천해 보려 할 뿐이다.

영혼이 이끄는 인간적 리더십이 진실하다면 단기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효과를 거둘 것이다. 시도하는 최고경영자, 사장님, 대표님, 대표이사님 모두모두 진정성을 갖추고 영혼 리더십에 임하길 바란다.

※ 무료로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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