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가림 지음
월간미술


미술과 문학,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잘 살펴보면 문학가들 중에 미술가였거나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 꽤 됩니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책을 보면 국내 문학가들 중에 화가였거나 화가 지망생이 뜻밖에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우리나라가 아닌 유럽 프랑스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문학과 프랑스 미술에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읽기가 썩 매끄럽진 않아요. 그래도 유명한 사람 몇몇이 보여서 흥미를 돋웁니다. 피카소, 사르트르, 콕토, 아폴리네르, 고흐, 졸라, 드가, 발레리, 모네, 바슐라르, 플로베르, 프루스트, 보르레르. 익숙한 이름이 보이시나요. 그렇다면 차례를 보고 해당 이름이 있는 글만 읽으면 됩니다. 주욱 이어진 글이 아니거든요. 문학가와 미술가를 짝짓어 열여덟 쌍에 대해 간략히 썼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문학가와 미술가, 그들의 예술에 대한 해설이자 전기문이죠. 재미있습니다. 줄넘기처럼 서로 다른 예술 장르와 넘어서 왔다갔다 하며 노는 기분이랄까. 아아, 이게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허나 두 장르가 서로 완벽하게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요. 비슷하네, 그럴 듯하네, 그렇게 느끼면 돼요. 글쓴이의 해석을 무턱대로 맞아 맞아 하며 따라할 건 없다고요.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보는 재미를 추구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이 책 읽고 있으면, 역시나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그 말이 생각나서 자꾸만 웃음이 나와요. 진지하게 예술을 논하는 글이긴 하지만요.

서로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 예술가라는 동지 의식이 부럽네요. 형제 같은 분위기랄까. 그런 게 있네요. 소설가 졸라가 화가 세잔에게 보낸 편지를 보세요.

"생각만큼 결과가 안 나온다면서 붓을 천장에 집어던졌다지? 왜 그토록 조급하고 왜 그토록 변덕이 죽 끓듯 하지? 자네가 여러 해 동안 그림을 공부하고, 또 수천 번 그림을 그렸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책에는 '그것'으로 인쇄되어 있음.) 이해하겠네. (중간 생략) 자네는 미술이나 한번 해 볼까 하면서 망설이는 것이 전부였지 않나. (에, 또 중간 생략) 용기를 가지게.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해 동안 참으면서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게." 84쪽

미술이든 문학이든 중요한 건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죠. 서로 다른 표현 수단임에도 통하는 구석이 있는 건 바로 그 시선이죠. 섬세하고 독창적인 관점. 그게 예술가의 눈입니다. 샤르댕과 프루스트는 일상 경험의 깊은 느낌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죠. 서로 같은 곳을 바라 보았어요. 표현만 그림과 글로 갈라졌습니다.

아래 샤르댕의 그림을 보세요. 참, 책에는 이 그림보다 더 나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건데 아래 부분이 짤렸어요. 어쨌든 제가 말하는 부분은 나오니까.


과일의 색감과 빛깔이 참 따사롭죠. 사물의 모습에 화가의 느낌이 강조된 거랍니다. 아무나 저렇게 못 그려요. 엄청 노력했겠죠. 프루스트는 마들렌 과자에 샤르댕과 비슷한 감정을 더하죠. 그 과자 맛을 느끼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황홀한 기쁨에 빠져들죠. 두 예술가 모두 일상적 사물에 특별한 느낌을 예술 감상자한테 아로새깁니다.

도판은 컬러고요. 보기 좋을 만큼 큽니다. 각 인물 사진은 주로 흑백입니다. 사진이 없는 분은 자화상이고요.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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