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모험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발터 트리어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이 책은 독일 민담을 에리히 캐스트너가 적절하게 편집한 것이다. 머리말과 맺음말을 더한 듯 보이고 현대에 맞게 적절하게 글을 더하고 뺀 듯 하다. 꽤 많은 얘기가 전하는데, 그 중 열두 편을 골랐다.

'틸 오일렌슈피겔'이라는 이름의 광대 이야기다. 시대 배경이 중세다. 그 당시에 이 이야기를 적은 책이 금서로 묶였다. 종교, 교수, 기사 집단에 대한 풍자가 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에라스무스의 '광우예찬'처럼. 풍자는 생명이 길다.

사람들이 광대를 보고 웃는 게 아니라, 광대가 사람들을 보고 웃는다. 거꾸로네. 그렇다. 광대가 세상 사람들의 바보짓을 비웃는 것이다. 광대 틸 님께서 더러운 세상에 대고 시원하게 방귀 한번 날려 주시는 것이다.

'틸'은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쾌하고 상쾌하며 발랄하면서도 황당한 장난을 친다. 온갖 곳과 온갖 직업을 다 해 본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어느 직장에도 정착하지 못한다. 이는 주인공 '틸'의 잘못이 이나라 사람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광대의 짖궂은 장난에 속은 사람들은 보면, 다들 자기 욕심에 자기가 빠진 탓이다. 그러고서 광대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사실 요즘도 흔하지 않은가. 이 땅만 사면 며칠 후에 1억을 벌 수 있다며 꼬임에 빠지는 인간이 얼마나 많으며, 다단계 회사나 경마장에서 오늘도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주인공을 포함해서 각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그리 자세한 편이 아니다. 이 단점은 발터 트리어의 그림이 보충한다. 이 부드럽고 소박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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