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초 스피치
이케가미 아키라 지음
이윤영 옮김
흐름출판


일본 언론인이 쓴 말하기 책이다. 기자와 아나운서로 일했던 경험과 자신이 터득한 방법을 교차시켜며 썼다. 저자의 이력 중에 눈에 띄는 점이 있다. 1994년부터 11년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주간 어린이 뉴스'를 진행했다. 전문용어를 초등학생이 이해할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면 대단한 능력자다. 이케가미 아키라 씨는 이를 해낸 사람이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글쓴이의 소박한 성품 때문인지 어디에도 잘난 척하는 투가 없다. 제목은 안 그렇다고? '90초 안에 상대를 감탄시키는 설명의 비법'이란 부제에 '90초 스피치'니. 원서의 제목은 '알기 쉽게 설명하는 기술'이다. "요즘은 번지르하게 말하면 말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말을 잘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공감하고 이해하도록 쉽게 하는 것이다."(9쪽)

말하는 목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대개들 없으리라. 그러니 말하기 위해 말할 뿐이다. 월간 회의에서 줄줄이 파워포인트 파일에 쓴 것을 그대로 읽는 경우가 흔하다. 상대방이 이해하거나 말거나 나는 읽을 뿐이고 당신들은 들을 뿐이다. 아, 예. 그룹웨어에 파일 올려 놓았으니 참고하세요. 그러면 끝이다. 발표 왜 한 거야. 각자 읽게 하고 질문 사항 있으면 받기나 하지. 괜히 시간만 낭비한다.

말하기의 목표는 내가 아니라 상대가 말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내가 알고 이해하고 있으니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그러려니 착각한다. "혼자 신나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 이해하기 좋도록 짧고 강렬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알기 쉬운 설명이다."(6쪽)

무작정 자료 많이 주면 끝? 상대가 이해하도록 설명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한 것을 설명하려는 사람은 같은 말을 반복하며 수많은 정보를 마구잡이로 던진다. 진정한 말하기는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다. "정말로 잘 이해한 사람은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대담하게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이야기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자를까'가 더 중요하다."(73쪽) 핵심만 드러나야 제대로 말한 것이다.

추상적인 원리보다는 구체적인 예로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98쪽부터 121쪽까지, '사내 회의 단축 제안'이라는 원고를 알기 쉽게 발표할 수 있도록 고쳐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가르쳐 준 대로 알기 쉽게 말할 사람이 있을까. 내용을 다듬기보다는 예쁘게 치장한 파워포인트 파일을 찾기 일수다. 뭔가 있어 보여야 한다. 상대가 이해하지 못해야 나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 이런 허례허식이 강한 분위기에서 간단명료한 발표를 하기란 쉽지 않으리라.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말을 할 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진실한 용기와 끈질긴 노력이다. "무엇이든 철저하게 생각해서 결론을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164쪽) 나를 얼어붙게 했던 한 문장이다. 이래서 일본 사람이 무섭다니까.

말하는 자세를 다시 다잡는다. 상대방이 알기 쉽게 말하자.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받았습니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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