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의 말
안미헌 지음

흐름출판 펴냄


연설문을 대필할 때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다. 연설자가 도통 청중을 생각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청중의 처지를 이해하고 최대한 지원해주겠다고 써놓아도, 결국에는 연설자가 자기 입장을 강조하고 나열했다. 심지어 자기 감정의 폭발로 끝내버린 경우도 있었다. 힘들여서 썼는데, 그렇게 망쳐 놓다니. 씁쓸했다. 좋은 말 하나가 나쁜 말 여럿에 휩쓸려 사라졌다.

감동적이고 효과적인 연설의 비결은 간단하다. 청중을 생각하라.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말해할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책에서는 그 방법을 자세히 실제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연습문제'도 마련해 놓았다. 연설학 개론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잘 정리했다.

이 책이 제안하는 연설의 시작은 연설문 작성이 아니라 '청중 분석'이다. 청중한테 자신을 잘 보여야 한다. 당신의 권위가 아니라 당신이 하는 말에 끌려야 한다. 그래야 귀 기울여 듣고 그렇게 들은 말이 듣는 이의 마음을 연다.

청중 분석으로 다섯 가지를 든다. 첫째, 기본 프로필(성별, 나이, 기본업무, 직급, 소속회사 등)을 조사하라. 둘째, 내가 말하려는 주제에 대한 듣는 쪽의 관심도와 흥미는 어느 정도인가? 셋째, 해당 주제에 대한 청중의 지식과 경험, 이해도는? 넷째, 청중의 나에 대한 호감도는? 다섯째, 청중의 삶에 대한 태도는?

내 말을 들을 사람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끝났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연설문을 작성한다. 그 시작은 제목이다. 글쓴이 안미헌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격려하고 도전하게 하는 제목으로 써라.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지게 표현하라. 소주제를 포괄해야 한다. 말하려는 범위가 너무 넓어도 너무 좁아도 안 된다. 말하는 중에 해당 제목을 여러 번 반복한다.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표현으로 시작하지 마라. 연설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스피치는 자기 과시도 격하도 아닌, 자기 긍정이어야 한다."(52쪽) "당신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그렇게 느껴야 청중도 그 인식을 따라온다."(52쪽)

습관적으로 혹은 자기 방어적으로 부족한 저를 어쩌고 하면서 연설을 시작하는데, 그러지 마라. 당신이 그 자리에서 연설을 하게 된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고 기대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청중은 당신을 자신감이 부족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그 사람의 인생관이다. 세상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할 것이며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말에 표현되기 마련이다.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 스피치 전문가로 여러 사람들의 스피치를 진단해 본 저자는 "말이라는 것이 결국은 그 사람이 가진 철학과 깊은 관련이 있음"(55쪽)을 깨달았다고 한다. 연설을 잘하려면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할 말이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연설은 결코 일방적인 말하기가 아니다. 오히려 청중의 말을 들어서 그에 맞게 말을 해야 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청중 분석이 안 되었거나 즉흥적으로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연설 초반에 청중에게 질문을 던져라. 대답을 듣고서 연설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중반에 또 질문하라. 내가 말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스피치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내내 듣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69쪽)

좋은 연설은 이성적 설득보다는 감성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사업 실적을 일일이 숫자로 나열하기보다는 그런 업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임직원의 구체적인 모습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라. 말을 들었을 때 장면이 떠오르면 성공이다.

"금연을 하면 수명을 10년 이상 늘릴 수 있습니다."(90쪽) 이성적 사실만 있다. 어떤 장면도 보이지 않는다. "금연을 하면 당신의 수명이 10년이 늘어납니다. 그 시간 동안 여러분은 귀여운 손자가 학교에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구요, 아내와의 금혼식 날 둘이서 크루즈 여행을 갈 수도 있습니다."(90쪽) 눈에 보인다. 이것이 감성 표현이다.

시무식이나 종무식의 연설은 지루하다. 조직에서 제일 높으신 분이 임직원에게 의무와 노력을 강조한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그런 말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만, 관행으로 자리잡힌 탓인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지원과 격려가 연설 내용에 있는지 보라.

일방적인 말하기가 아니라 상대의 반응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대가 느끼는 것을 자신도 같이 느낀다는 표현을 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효과적"(225쪽)이란다. 대개는 뻔하고 추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서 오히려 듣는 이의 화를 키운다. 애써 굳이 충고까지 할 필요는 없다. 공감한다고 말해줘도 충분하다.

가장 좋은 스피치는 소통을 목표로 한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는 것만큼 상대도 당신을 알아내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양측이 모두 통한다고 느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더욱 커진다. 그것이 바로 소통의 힘이다." 248쪽

연설의 주인공은 형식적으로야 연설자다. 내용적으로는 청중이 되어야 감동적인 스피치가 탄생한다. 훌륭한 연설문을 보면 어김없이 청중을 연설의 중앙무대에 세운다. 그리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연설자는 청중과 하나가 된다.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받았습니다.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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